주에티오피아 외교관 '여직원 성폭행' 혐의 조사 충격

[뉴스포커스]

 술자리후 범행…갓 대학졸업 20대 女 꿈 산산조각
 "기억 안나" 발뺌, 강경화 장관 격노 "무관용 수사"
 강 장관 취임후 사표 재외공관장들'물갈이 가능성'

 

 한국에서 갓 대학을 졸업하고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로 떠난 20대 계약직 여성의 부푼 꿈이 산산조각 났다. 섬처럼 떨어진 주에티오피아 한국대사관은 이 여성에게 지옥으로 변했다. 

 ▶피해자 일관된 진술

 주에티오피아 한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외무고시 출신의 외교관 A씨가 지난 8일 20대 계약직 여성 B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당일 두 사람은 대사관에서 휴일 근무를 한 뒤 술자리를 가졌고 이후 B씨는 A씨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 B씨는 10일 한국에 돌아와 외교부 감사관실 관계자에게 외교부 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관련 내용을 진술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A씨는 12일 밤 귀국해 13일 관련 조사를 받는다. 

 외교부 소식통은 "피해 여성은 성폭행과 관련된 일관된 진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가해자의 진술을 받아야 하는데 가해자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외교부는 관련 사건이 발생한 뒤 3일이 지난 12일 한 인터넷 매체가 사건을 보도하자 뒤늦게 사실을 공개하며 수습에 나섰다. 이 때문에 "외교부가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숨길 수 없는 사건"이라며 "사실관계가 명확히 파악된 뒤 밝히려 했다"고 해명했다. 

 ▶'12세 성추행'얼마나 됐다고 

 외교부 내 성범죄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9월 주칠레 대사관의 한 참사관은 현지 미성년자(12세)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그의 성추행 장면은 칠레 유명 방송국 카메라에 포착돼 현지 전역에 보도돼 국가적 망신을 샀다. 외교부는 해당 참사관을 파면 처분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또 작년 12월 중동의 한 대사는 대사관 직원을 성희롱해 감봉 처분을 받았다. 대통령 탄핵 정국이란 비상시국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낯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송구스럽다"고 했다. 2015년에는 한 외교부 간부가 아프리카로 함께 출장을 갔던 부하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한편 관련 보고를 받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격노'하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조사하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형사처벌을 포함한 가장 강력한 처벌을 하라"고 지시했다. 외교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외공관 근무자들의 일탈을 막을 수 있는 특별감찰팀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칠레 성추행 사건 이후 대책 TF까지 가동했던 외교부가 또다시 사건 재발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외교부의 재외공관장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미 강 장관 취임후 해외 공관장들이 전원 사표를 제출한 가운데 이번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