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저보고 '죽어라' 하는데"

[한국서 온 생·각·뉴·스]

배고픈 사람은 누구든 허기 면할수 있도록
주민들이 채워놓는 '행복채움 나눔냉장고'


 "이 냉장고는 저더러 살아보라고, 버텨보라고 용기를 주는 것 같습니다." 

 '행복채움 나눔냉장고'에 붙은 쪽지의 사연 일부다.

 '행복채움 나눔냉장고'는 전북 완주군 이서면 전북혁신도시내 한국전기안전공사 건너편에 놓여진 냉장고(사진)의 이름이다. 이 냉장고는 지난 2월 이서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배고픈 이는 누구든 허기를 면할 수 있도록' 놓아진 것이다. 

 주기적으로 완주지역자활센터 푸드뱅크가 음식을 채우고, 로컬푸드 혁신점에서도 식재료를 돕는다. 지역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음료와 다과도 가득하며 인근 상가에서 쌀과 떡도 갖다 놨다. 

 "제 형편과 가난을 드러내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습니다. 전 노인도 아니고 겉보기에만 멀쩡한 만성질환자라 복지사각지대에 있거든요. 그동안 제가 살아오면서 사회와 사람들로부터 받은 메시지는 '죽어라'였는데 이 냉장고는 저에게 '살아보라고' '버텨보라고' 용기를 주는 것 같습니다." 중증 장애인이 붙인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다.

 냉장고를 통해 온정을 전해 받은 사람들이 다시 온정을 전하는 일도 적지 않다.

 한 택배기사의 아내라고 밝힌 쪽지는 "저희 남편은 택배일을 하는데 배고플 때마다 이 곳에 들러 끼니를 해결한다며 고마워했다"면서 "함께 나눌 수 있어 기쁘고 행복하다. 그동안 감사함에 보답하고자 두고 간다"고 글을 남겼다. 

 그는 제육덮밥과 소불고기덮밥을 넣어두고 유통기한까지 메모해 뒀다. 한 초등학생은 삼각김밥 1개만 먹으려 했는데 2개나 먹었다며, 대신 우유와 참치캔을 넣는다는 사연을 게시판에 남기기도 했다. 

 완주군 이서면 관계자는 "쪽지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들이 애절함과 진정성이 묻어나 가슴 뭉클할 때가 많다"면서 "소시민들이 살아가면서 따뜻한 온정을 나누는 소통창구 역할을 나눔냉장고가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아니 세계 곳곳에 이런 나눔냉장고가 널려 있다면 참 살만한 세상이 될텐데…꿈 중엔 이뤄지지 않는 꿈이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