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소지섭의 얼굴에서 여유가 묻어났다. 

‘군함도’라는 대작에 함께 참여했다는 뿌듯함도 보였고, 생애 처음으로 ‘떼 주연’작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에 앞서 1945년 지옥의 섬, 군함도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많은 스태프 및 배우들과 함께 이 큰 영화를 무사히 마쳤다는 데 의의가 있다. 

오랜만의 스크린 나들이에 소지섭은 “5년 만에 영화 인터뷰를 하는 것인데, 그 사이 시스템이 많이 바뀌어서 아직은 적응이 잘 안된다”며 웃기도 했다. 극중 종로 일대를 평정한 경성 최고의 주먹 최칠성 역을 맡은 그는 투박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역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어느때 보다 힘든 작업이었지만, 보람이 더 있어 좋았다”는 배우 소지섭을 만났다.

- 5년 만의 작품. ‘군함도’를 본 배우 소지섭의 시선은. 
아무래도 배우들은 처음, 자신의 모습만 보이거든요. 두 번을 봤는데, 더 봐야할 것 같아요. 저의 경우는 잘 하는 것 보다, 아쉬운 점을 더 많이 봐요. 화면에 비친 제 모습에 아직까지는 아쉬움이 보일 시기죠. 단, 하나 확실한 점은 있죠. 감독님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 낸 영화임은 분명해요. 

- ‘군함도’의 묘미는 진실도 있지만, 아역 배우 김수안도 눈에 띄었다. 
수안이는 화면 안에서 포텐이 터졌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도 너무 예뻤고, 연기할 때는 너무 천재같고. 대게 아역을 오래했던 배우들은 자연스럽게 성인 연기를 흉내 내잖아요. 하지만, 수안이는 달랐어요. 전혀 그러지 않았죠.  

- 어쩌면, 아역 김수안이 자식 같은? 그런 나이가 됐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게 “팬이에요! 저희 엄마가요”라는 말이죠.(웃음)그래도 전 좋아요. ‘군함도’ 때문에 인터뷰를 많이 하고 있으니까. 이전에는 저의 대표작이 2004년 KBS2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였는데, 요즘 친구들은 2013년 SBS드라마 ‘주군의 태양’이라고 기억해주더라고요. 그게 너무 놀랍고 고마웠죠. ‘미안하다~’로 기억하시는 분들만 해도 소지섭에 대한 이미지를 ‘우울하다’고 했지만, ‘주군의 태양’으로 기억하시는 분들은 쾌활하다고 아시더라고요.(웃음)

- ‘군함도’의 시나리오가 아닌, ‘류승완 감독’ 한 명만 보고 영화에 참여했더라. 
사람이 너무 궁금했어요.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었고요. 그 전에 몇 번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못했거든요. 혹시나 이번에도 거절을 하면 다시는 저한테 시나리오를 안주실 것 같더라고요.(웃음) 

- 감독 그리고 사람 류승완에 대해 소지섭이 느낀점을 말한다면.
감독과 사람, 둘 다 비슷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영화 생각만 하는 사람이요. 현장에서 영화 외의 얘기는 해보지 못했어요. “영화에 미친사람?” 또는 “영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사람”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 ‘군함도’가 주는 무게는 배우들에게도 컸을 것 같다. 몸과 마음 모두. 
몸으로 힘든 것은 저 뿐만 아니라 모두 다 힘들었어요. ‘군함도’가 주는 무게감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거든요. 육체적인 것 보다 머리가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하루는 모두가 얘기를 했죠. “이렇게 (마음이 계속 힘들면)촬영을 끝까지 못할 것 같다”고요. 우리가 역사를 얘기하기도 하지만, 좋은 상업영화를 만들어야 했잖아요. “힘든 생각도 있지만, 이 안에 살아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하자”라고 말을 하면서 부터 조금 편해진 것 같아요. 

- ‘군함도’는 너무나 많은 배우들이 함께 한 작품이다. 
황정민 선배님이 앞에서 잘 끌어주셨어요. 현장 분위기 그리고 작품에 대해 많이 대화도 나눴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류승완 감독님과 작품을 많이 해보셨기 때문에 그 스타일을 알잖아요. 선배님이 거의 현장을 다 정리해 주셨죠. 배우들은 그래서 편했어요. 여기에 현장에도 제일 먼저 나오는 사람이 황정민 선배였어요.  

이정현씨는 체구는 작은데 굉장히 큰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촬영이 정말 힘들었거든요. 극중 맞는 장면도 있었고. 그런데 단 한번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어요. 정말 대단했죠. 송중기씨는 처음 왔을 때 ‘예쁜남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상남자’더라고요. 거침없고, 좋았어요. 

- ‘군함도’를 바라보는 소지섭의 진심이 궁금하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상업영화 맞습니다. 영화를 일단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영화를 본 관객들은 ‘군함도’에 대해 한번쯤 고민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올해는 좋은 촬영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는 내년에, 영화는 올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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