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스페인등 남부와 동부 유럽 최고 40도 웃도는 혹서 며칠째…아테네 유적 폐쇄 '지옥의 휴가지'

[해외토픽]

"창문에 젖은 수건 걸어두고 물 많이 마시라" 지침
관광 타격, 올리브·포도 수확량 급감 경제 직격탄

 최근 6박 7일간 크로아티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김모(31·여)씨 부부는 "힐링하러 갔다가 일사병에 걸릴 뻔했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가 방문했던 크로아티아 관광 도시 두브로브니크는 지난 3일간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8~40도를 오르내렸다. 김씨는 "해를 최대한 덜 보려고 오전 9시부터 일정을 시작했는데 기온은 이미 35도를 넘었다"며 "야외에 30분만 있어도 땀이 비처럼 흐르고, 햇볕이 뜨거워 보트 투어 등은 엄두도 못 냈다"고 했다.

 ▶유럽 전역이 '펄펄'

 '사탄'으로 비유될 정도로 불가마 같은 더위 때문에 유럽 전역이 펄펄 끓고 있다. 길에선 시민들이 체면 차릴 새 없이 분수에 뛰어들고, 수도와 전기 소비량이 치솟고 있다. 유럽의 지붕인 알프스에서조차 열기가 느껴지는 지경이다. 유럽뿐 아니라 북미와 중국에서도 40도를 넘나드는 가운데 고온 경보가 계속되는 등 지구촌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에서 최근 더위가 지독해 '루시퍼'(성경에 나오는 사탄)로 불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 유럽 각국 정부는 기온이 40도를 웃돌 경우 업무를 중단하고 외출과 음주를 자제하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리스 정부는 낮 기온이 39도를 넘어서자 수도 아테네의 유적지를 폐쇄하기도 했다. 세르비아 보건 당국은 냉방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가정에 대해 "창문에 젖은 수건을 걸어두고 물을 많이 마시라"는 구체적인 지침까지 내놨다. 

 남부 유럽에선 낮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었다. 사르데냐섬의 카포 산 로렌초 등 일부 지역에선 체감온도가 무려 63도에 이르기도 했다. 스페인에서도 전체 50개 주 가운데 31개 주에서 기온이 44도까지 치솟았다. 슬로베니아의 알프스 지역에서도 이례적인 열대야 현상이 발생했다. 해발고도 1500m에서 기온이 20도를 넘어섰다.  

 ▶일사병 등 사망자 속출

 기록적인 더위는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남부 유럽에서 발칸반도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체에서 폭염으로 인한 입원자 수는 15%가량 뛰었다.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루마니아에서 45세 남성이 밭에서 일하다 쓰러져 숨졌으며 60세 남성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유럽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폭염과 가뭄이 발생하면서 올리브와 포도 재배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탓이다. 이탈리아의 올리브 수확량은 예년 대비 50%, 와인 생산량은 15%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학자들은 "남부 유럽에서 여름철 찌는 듯한 더위는 종종 발생한다"면서 "그러나 이런 고온 현상이 오랜 기간 지속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고 우려했다. 유럽집행위원회 공동연구센터는 최근 의학전문지 랜싯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기후변화를 방치할 경우 오는 2100년쯤에는 유럽에서 매년 15만2000명이 혹서 등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