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DJ 추모식서 평화통일·안보 의지 계승 천명
DJ에 "안보는 철통 같이 강화, 평화는 확고히 다져" 평가
DJ '베를린 선언'처럼…대북 대화 메시지도 읽혀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추모식에 참석해 DJ의 평화노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주변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남북간 긴장을 완화하고 교류협력 확대에 기여한 DJ의 길을 걷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는 남북화해의 상징성이 큰 DJ를 연결고리로 삼아 우리 측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에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모사에서 "대통령님은 햇볕정책을 통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갔다.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으로 남북 화해 협력의 빛나는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이는 김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통해 6·25전쟁 이후 50년간 닫혀있던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점을 높이 평가하고, 보수정권 9년 동안 닫혀 있던 남북 대화의 문을 다시 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막연히 '평화'만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 굳건한 '안보'를 토대로 평화 노선을 이끌어나간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두 번에 걸친 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끈 분도 김대중 대통령"이라며 "대통령님은 안보는 안보대로 철통같이 강화하고 평화는 평화대로 확고하게 다지는 지혜와 결단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안보를 굳건히 한 가운데 평화통일을 추구한 DJ의 평화·안보 노선의 콘셉트는 '도발에는 제재와 압박으로 대응하되,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추도사는 자신의 평화 구상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함의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신(新) 베를린 구상이 바로 DJ의 '베를린 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남북 대화의 문을 여는데 전향적으로 나와달라는 묵시적 메시지를 깔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3월 독일 국빈방문 중 베를린 선언을 통해 북한에 남북 간 화해·협력을 본격화하고 당국자 간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북한은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 호응해 실무 대화에 나섰고, 이는 그해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달 독일 쾨르버 재단 연설을 통해 '베를린 구상'을 발표하면서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등 비교적 쉬운 일부터 먼저 하고, 궁극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를 제안했다.

북한은 베를린 구상에 대해 직접적인 답을 내놓지 않은 채 미국과 '말 폭탄'을 주고받는 등 긴장 수위를 높여갔으나, 지난 7일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 모두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는 지금이 다시 한 번 대화를 제의할 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DJ 추모식을 매개로 베를린 선언에 응답할 것을 거듭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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