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선] 

스마트폰 도박에 빠진 학생들…"놀이문화로 생각하다 중독의 길" 
달팽이 경주 등 불법도박 앱들, 성인인증 요구안해 손쉽게 가입
인터넷 스포츠 토토하다 도박 빚이 1억…부모가 재산 담보 갚아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는 쉬는 시간마다 '달팽이 경주'가 벌어진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의 달팽이 3마리 중 1등 할 것으로 예상되는 달팽이에게 돈을 거는 스마트폰 게임이다. 교실 뒤편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달팽이 경주를 보는 모습이 경마장 같다. 한 명이 한 번에 걸 수 있는 돈은 최대 50만원. 이 학교 교사는 "게임이 아니고 도박이라고 학생들을 혼내지만 그때뿐"이라며 "분위기에 휩쓸려 단체로 이 도박 게임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과거 교실에선 손안에 동전을 숨기고 흔드는 '짤짤이' 정도였는데 최근 들어 사다리 게임, 가위바위보 게임, 불법 스포츠 토토, 불법 경마 등에 인터넷 도박에 중독되는 10대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많이 하는 인터넷 도박 중엔 '사다리 게임'이라는 게 있다. 사다리 두 개 가운데 하나를 고른 뒤, 사다리를 탄 결과가 홀수인지 짝수인지를 맞히는 단순한 방식이다. 몇 초 만에 돈이 오간다.

 이처럼 인터넷에서 돈을 걸고 하는 게임은 모두 불법이다. 

 인터넷 도박을 접하는 건 어렵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해당 앱을 내려받으면 된다. 대부분 성인 인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이트가 지정한 계좌에 일정한 금액을 보내면, 바로 게임 머니를 충전해 준다. 게임 머니는 나중에 돈으로 환급 가능하다. 학교 교사들은 "인터넷 도박이 범죄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놀이 문화처럼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신문에 따르면 최근 광주의 한 인문계 고교 1학년생(16)이 인터넷 불법 도박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중학생 때까지 말썽 부린 적 없고 성적은 평균 이상인 평범한 학생이었다. 올해 초 친구들에게 "놀이 삼아 인터넷 도박을 하면 돈도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부모님이 참고서와 간식을 사라고 준 용돈 5만원으로 인터넷 도박에 손을 댔다. 일부 불법 도박 사이트는 이런 청소년들을 겨냥해 '용돈 5000원을 수백만원으로 불릴 수 있다'고 꼬드긴다.

 청소년이 인터넷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 빚을 지고 사기 범죄를 벌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사기죄로 체포된 B씨(20)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재미 삼아 인터넷 스포츠 토토에 빠졌다.

 돈이 떨어지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돈을 빌렸다. 그렇게 3년간 인터넷 도박을 하며 쌓인 빚이 1억5000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B씨가 경찰에 붙잡히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된 부모가 재산을 담보로 빚을 갚아야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인터넷 도박으로 붙잡힌 10대 피의자는 지난해 347명으로 2014년 110명, 2015년 133명보다 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도박에 빠진 청소년은 주변 사람에게 매우 공격적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며 "겉으로 표시가 나는 술·담배와 달리, 인터넷 도박 중독은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실태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부모가 알아채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