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항공사,'특수화물'시장 뜨거운 경쟁…일반 화물보다 수익성 높아 "돈 된다" 총력전

[목요화제]

아시아나 올 상반기 12% 급증, 대한항공도 3.4%↑ 
돌고래, 악어, 판다 등 '1등석 손님' 운임 2배 이상
상하기 쉬운 캘리포니아산 체리,'최고가 고객'부상

# 지난 6월2일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이날 아시아나 OZ2471 화물기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타고 있었다. 미국 시카고를 출발해 15시간 동안 태평양을 건너온 160마리의 돼지들이다. 특별한 손님이라고 한 이유는 이 돼지들이 마리당 가격이 최고 1만 달러에 이르는 종돈(種豚)이기 때문이다. 종돈은 '씨받이 돼지'라고 불리는 것으로 체형, 체력까지 엄선해 선발된 돼지다. 종돈을 운반한 운임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반 화물의 2배 이상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쯤되면 이들 종돈들은 화물계의 "비즈니스석 고객'인 셈이다.

 화물계의 '비즈니스 고객'으로 불리는 특수화물 시장을 잡기 위한 대형 국적 항공사들의 경쟁이 뜨겁다. 

 특수화물 시장은 일반화물보다 경쟁이 덜한 반면 수익성은 높아 항공사들 입장에서 보면 수송하기는 까다롭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시장이다.

 국적 항공사들이 특수화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일반화물 시장의 공급 과잉 때문이다. 23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물동량은 5493만 2000ft(운임톤)로, 전년 대비 3.8%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화물용 항공기 수는 5.4% 늘었다. 이로 인해 항공사당 평균 화물 적재율은 오히려 0.7% 포인트 줄었다. 그만큼 화물기 내 빈자리가 늘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항공사와 물류업체는 저마다 높은 운임을 챙길 수 있는 특수화물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내 특수화물 시장이 최근 5년 간 연평균 약 10%씩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 국적 항공사들은 특수화물 운송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상반기 특수화물 실적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 늘었다. 특히 의약품이나 특수백신 같은 온도 민감성 화물 수송량은 48%나 증가했다.  대한항공 역시 특수화물 물동량 및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특수화물 물동량은 약 20만t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운송 난이도가 가장 높은 건 동물이다. 그래서 살아 있는 동물은 화물업계의 전통적인 '1등석 손님'으로 불린다. 동물원으로 가는 돌고래, 악어, 판다, 호랑이나 농장으로 가는 종마, 종돈, 종우 등이 주로 1등석에 탄다. 비행 중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항공기 내부 온도와 습도는 물론 별도의 공기순환 장치를 달아 이산화탄소의 양까지 조절한다. 수의사가 동승해  돌보는 것은 기본이다. 

 체리, 망고, 랍스터, 계란 등 외국산 신선식품들도 비싼 비행기 요금을 물고 입국하는 특수화물이다. 단가는 높은데 운송 시간이 길어지면 상하거나 색깔이 변할 수 있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항공업계가 주목하는 신선식품은 캘리포니아산 체리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총 7000t이 넘는 체리를 운송해 지난해 달성한 최대 실적(5300t)을 갈아치웠다. 온도나 습도의 변화에 민감한 고가 의약품이나 미술품도 귀한 '특수화물 고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