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휴가일정 변경 요구에 '겨자먹기'

정당한 사유 있었다면 '고용주 책임' 없어

 #한 한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최모(38)씨는 최근 휴가 기간을 이용해 계획했던 한국 여행 일정을 취소했다. 6개월 전에 항공편을 예약하고 휴가 한 달 전 회사에 보고까지 해두었던 최씨는 직장 상사에게서 "갑자기 팀 전체가 참여해야 할 프로젝트가 있다"며 휴가 일정 변경을 요구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최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항공편과 숙박 예약을 취소하면서 위약금까지 물어야 했다. 최씨는 "회사의 상황 때문에 위약금을 물게 되지만 이를 회사에 청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씨의 사례처럼 회사의 업무 환경이나 일정이 갑작스럽게 변경되어 휴가 일정을 취소 또는 연기했던 경험을 가진 한인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휴가 일정 변경도 억울한데 여기에 예약 취소로 발생되는 위약금까지 본인의 몫으로 떠안아야 된다. 게다가 이를 회사에게서 받아내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회사 사정에 의해 휴가 일정을 조정하는 일은 미국 직장보다는 한인 직장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 한인 직장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 사람들이 개인 보다는 직장을 더 우선시 하는 특유의 직업 윤리와 직장 문화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직장 4년차인 강모(34)씨는 "개인을 중시하는 미국 문화와 조직을 더 강조하는 직장 문화에 끼여 있는 느낌"이라며 "때때로 정기 휴가 신청을 할 때 '꼭 이때 휴가를 가야 하느냐'는 상관의 질문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 여기서 질문 한가지. 회사 측의 업무 지시로 휴가를 변경하거나 취소한 직장인들이 부담했던 위약금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사안에 따라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회사로부터 보상받기가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급 휴가를 신청하는 권한은 근로자에게 있지만 유급 휴가는 회사가 근로자에게 주는 혜택이기 때문에 회사의 정당한 요구가 있는 경우 유급 휴가 시기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는 휴가 변경에 따른 근로자가 부담한 위약금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김해원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유급 휴가는 회사가 부여하는 혜택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당한 사유라면 근로자의 휴가 기간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사 회사가 부당한 방식으로 휴가의 변경과 취소를 요구했다 하더라도 직장인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은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휴가를 제때 계획대로 갔다 오는 것도 어찌 보면 직장인들에겐 감사한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