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하비 구조요청 폭주로 911 마비되자 SNS로 도움 요청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지난 27일 오전 9시께(현지시각) 한 누리꾼의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미국 텍사스주 디킨슨의 한 양로원의 사진.

거실에 모인 노인들의 가슴팍까지 흙탕물이 가득 차 있고 집기들이 둥둥 떠다닌다. 한눈에 봐도 긴급상황으로 보이지만 휠체어나 산소통에 의지한 노인들의 대피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응급서비스가 필요합니다"는 문구와 함께 올라온 이 충격적인 사진은 당일 4천500회 이상 리트윗되며 화제를 모았다. 너무나 '드라마틱'한 모습에 일부는 '가짜'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로원의 주인이 보낸 사진을 사위인 티머시 매킨토시가 트윗에 올린 '실제상황'이었다. 매킨토시는 양로원 방 한쪽에서 물이 치솟는 사진을 추가로 올리며 도움을 호소했다.

사진의 효과는 더욱 드라마틱했다. 누리꾼과 언론의 관심이 더해져 당국은 헬리콥터를 이용해 바로 구조에 나섰다.

사진이 올라온 지 3시간만인 당일 정오께 노인 15명이 안전한 곳으로 몸을 옮겼다. 매킨토시는 이후 감사의 트윗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상황이 수습된 후 티머시 부부가 전환 전후 상황은 이렇다.

디킨슨에서 1천600㎞가량 떨어진 곳에 살던 티머시 부부는 허리케인 소식에 어머니에게 안부를 묻고자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어머니는 사진으로 답했다. 고민하던 부부는 이를 온라인에 올려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딸 킴 티머시는 "어머니는 허리케인이 오기 전 근처 호텔로 노인들을 옮기려고 했지만, 호텔이 준비가 안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노인들이 위험해질 줄 알았다면 바로 옮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강타한 미국에서 이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구조와 수색에 큰 몫을 하고 있다.

911은 구조요청이 쇄도하는 탓에 연락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네티즌은 트위터, 페이스북에 자신의 위치와 현 상황을 담은 사진을 올려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애넷 풀러는 하비로 집에 물이 들어오자 다른 가족들과 함께 이웃집 2층에 갇혀 있었다. 1층의 허리춤까지 물이 찬 상황을 비디오로 찍어 다른 도시에 사는 두 딸에게 문자로 보냈고, 딸들은 이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온라인에서 상황이 알려지면서 구조된 풀러는 "911에 전화했더니 계속 울리기만 했었다"고 고립 당시 상황을 전했다.

풀러는 "하비와 같은 허리케인에 대처할 수 있는 정부는 세상 어디에도 없겠지만, 911이 먹통이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매우 당황스러웠다"며 "어떤 면에서 소셜미디어는 어떤 정부기관보다 강력하다"고 말했다.

거꾸로 경찰과 자원봉사자들도 SNS에 전화번호나 물난리 속 행동요령을 올리기도 했다.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이 SNS를 보고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던캘리포니아대 캐런 노스 교수는 "과거 어느 때보다 이번 하비로 인한 구조와 수색 과정에서 소셜미디어가 혁신을 일으켰다"며 "소셜미디어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911에 전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친구, 가족을 포함해 구조자에게 직접 연락을 하는 등 유기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풀러는 28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에 다시 집에 물이 찬다면 911에 전화하지 않고 않을 것"이라며 "절망적 상황에 몰린다면 페이스북에 '도와주세요'라고 쓰고 누군가 보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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