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 "비대위원장 맡을 수 있다"… 金 "私黨으로 비칠 우려"

劉 "죽음의 계곡 건너겠다"…보수 통합론 차단
통합파들 "劉가 전면 나서면 黨 분열 흐름 격화"


 바른정당이 10일 최고위원 간담회와 의원단 만찬을 잇달아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최고위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 대선 후보였던 유승민 의원 추대가 거론되자 보수 통합을 염두에 둔 의원들이 "그러면 당이 '유승민 사당(私黨)'으로 비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유 의원은 이날 "'죽음의 계곡'을 건너겠다"며 비대위원장을 맡아 독자 노선을 계속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의원의 '재등판 선언'에 일부 통합파 의원들이 제동을 걸면서 당 내분이 지속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바른정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 주재로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었다. 박정하 수석 대변인은 회의 뒤 "간담회 참석자 대부분이 비대위 체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고, 비대위원장으로는 유 의원을 많은 사람이 이야기했다"며 "다만 (유 의원을 추대하는 문제는) 숙성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강론을 앞세운 유 의원에 이견을 가진 보수 통합파 의원들을 의식해 좀 더 공감대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간담회 뒤 국회 인근 식당에서 소속 의원 20명 중 18명이 참석한 만찬이 열렸다. 만찬 초반엔 김무성 의원이 "바른정당과 우리 모두의 우정을 위하여!"를 건배사로 외치는 등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김 의원은 막판에 "우리가 '박근혜 사당'이 싫어 옛 새누리당을 나왔는데 '유승민 사당'으로 비칠까 걱정스럽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는 방안을 고려해보자"고 했고, 김용태 의원 등도 가세했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최고위원 간담회 때와 달리 '통합파 대(對) 자강파' 간 의견 대립이 있었다"고 했다.

 유 의원은 이날 비대위원장을 맡을지 묻는 기자들에게 "당에서 합의되면 저도 각오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는 앞서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선 "당이 최대 위기에 처한 지금, 여기서 퇴보하면 우리는 죽는다"며 "동지들과 함께 '죽음의 계곡'을 건너겠다"고 했다. 그는 "당장의 선거만 생각해서 우리의 다짐과 가치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친다면 우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라며 "'나는 왜 정치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끝까지 가겠다"고도 했다.

 유 의원의 이런 입장은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내 일각의 '보수 통합론'을 차단하고 독자 노선을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강론을 내세웠던 이혜훈 전 대표가 금품 수수 의혹으로 낙마하면서 당내에선 보수 통합론이 거세지고 있었다. 유 의원이 이런 상황에서 더는 뒤로 물러나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유 의원이 전면에 나서면 당분열 흐름이 격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통합파 의원은 "유승민식 독자 노선에 공감하지 않는 의원도 적잖다"며 "김무성 의원도 유 의원이 독자 노선에 집착해 '보수 통합'이란 큰 흐름을 놓칠까 걱정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