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남상욱 기자/취재부

 우리는 흔히 상대방의 종교를 물을 때 "교회 다니세요?"라고 묻는다. "기독교를 믿으세요?" 라고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직접적 표현보다 간접적인 표현으로 묻는 한국식 언어 습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교회라는 일종의 '공동체'로 종교를 묻는 것에는 교회가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를 나타낼 뿐 아니라 기독교의 사회적 기능도 함축하고 있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의 모임인 교회는 세상의 다른 집단이나 공동체와는 구별되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일반 사람들의 기대가 녹아 있는 셈이다.

 최근 초대형 허리케인 '하비'가 휴스턴을 강타했을 때 인명 피해뿐 아니라 교회에도 심각한 상처를 남겼다. 그 중심에는 유명한 TV복음설교가이며 '긍정의 힘', '잘되는 나'등의 저자이기도 한 조엘 오스틴 목사가 있다. 

 지난달 27일 물난리가 발생한 가운데 집을 잃은 휴스턴 주민들이 갈 곳이 없는 상황임에도 오스틴 목사 자신이 담임목사로 있는 초대형 교회인 레이크우드 교회의 문을 열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교회 측 주장은 교회 주변에 물이 차올라 접근이 어려웠다고 주장했지만 몇몇 사람들이 교회의 사진을 인터넷에 내보내며 레이크우드 교회가 발표와는 달리 침수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거짓말까지 한 셈이 됐다.

 결국 오스틴 목사는 여론의 비난에 떠밀리듯이 부랴부랴 교회 문을 열고 모든 피난자들을 환영한다는 발표를 했지만 미국인들의 공분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미국 기독교계 뿐만 아니라 평소 그를 존경하고 흠모하던 한인 크리스천들에게도 실망감이 컸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굳이 성경에 등장하는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언급하지 않아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도덕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이 모인 교회로서 모습은 아니다. 

 현재 큰 피해를 입은 휴스턴 침수 지역 한인들을 돕기 위한 수재민 돕기 기금모금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교회의 참여율의 의외로 저조하다.

 수재 성금 모금을 총괄하고 있는 LA 한인회의 6일까지 모금 현황을 보면 성금을 전달한 한인 교회는 단 한 곳. 물론 아직 성금 모금을 하지 않았거나 또 한인회가 아닌 미 적십자사나 교단을 통해 성금을 전달한 교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교회의 참여가 줄어든 것은 확실하다는 것이 한인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피해지역이 LA가 아닌 휴스턴이라서 LA 교회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이 아닐까라는 추정은 그냥 추정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기독교 가치가 유지되야 할 교회에 언제 부터인가 개인의 경제적 번영과 안정이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이름으로 교회에 들어왔다는 것이 종교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나만 아니면 되고, 나만 행복하고 편안하면 되는 그런 지극히 세속적인 개인주의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희생하지 않는 교회를 만들고 말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이번 허리케인 피해자 돕기 성금만 갖고 속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교회가 교회 밖 사람들의 일상적 고통을 외면할 때,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들의 실존적인 문제를 외면할 때, 교회의 가치는 교인들만의 영달과 안위에 안주할 수밖에 없다. 선교도 중요하고, 교회 건축도 필요하지만…고통을 받고 있는 이웃도 돌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잇따라 닥친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인한 극심한 피해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며 다시 한번 물어본다. 교회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