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이 몰래 보관하다 사망, 보관 상자 쓰레기로 배출 사례
'장롱 예금'증가도 원인…"양적 완화로 왜곡된 일본 경제 '거울'"


 군마(群馬)에서 4천200만 엔(약 4억2천만 원). 이시카와(石川)에서 2천만 엔(약 2억 원)….

 보통 샐러리맨의 연봉보다 많은 현금이 올해 들어 일본 각지의 쓰레기장이나 쓰레기 처리장에서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올해 들어 발견된 버려진 현금은 NHK가 보도한 것만도 이미 5곳에서 8천500만 엔(약 8억5천만 원)에 달했다.

 ▶현금 습득 신고 10년간 급증

 경찰청이 발행하는 경찰백서에 따르면 경찰에 신고되는 습득물 중 이런 '통화'습득신고 건수가 지난 10년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14일, 이시카와(石川) 현 가가(加賀)시 온천 지역에 있는 한 쓰레기 집하장에서 쓰레기를 분리하던 여성이 1만 엔권이 들어있는 상자를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상자에는 1만엔 짜리로 2천만 엔이 들어있었다. 경찰은 현금의 주인을 찾고 있다. 미야기(宮城) 현 노베오카(延岡)시에 있는 청소공장에서도 지난달 타지 않는 쓰레기로 분류된 쓰레기 더미에서 현금 201만 엔(약 2천10만 원)이 발견됐다.

 또 5월에는 나라(奈良) 현 고세(御所)시 소재 폐기물 처리장에서 분리 작업 중 현금 1천만 엔(약 1억 원)을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조사한 결과 실제 습득 현금은 2천만 엔 이었으나 작업자 5명이 1천만 엔을 나눠 가진 후 나머지 1천만 엔만 신고한 것으로 밝혀져 5명이 절도혐의로 검찰에 서류 송치된 일도 있었다. 쓰레기장에서 발견된 현금은 주인을 모르는 유실물이다. 실수로 버려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슬쩍 챙기면 절도죄에 해당한다.

 "현금"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이유는 뭘까. 실마리가 될만한 사례가 습득 현금의 주인이 밝혀진 군마현 노마다시의 쓰레기 수거운반회사의 경우다. 누마다시에서 발견된 현금은 드링크류 상자에 들어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이 상자는 누마다시에 사는 고령의 남자 노인이 사망한 후 집을 철거할 때 나온 쓰레기에 섞여 배출됐다.

 이 노인은 집에 현금을 보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을 철거할 때 다른 쓰레기와 함께 돈이 든 드링크류 상자가 잘못 버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너무 깊숙히 숨겨놨다가…"

 노인이 자택에 현금을 보관하면서 가족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고 한다. 혼자 사는 노인이 사망한 경우 자택에 남은 유품을 가족 대신 정리해 주는 유품정리업자들의 단체인 "가재(家財) 정리 상담창구"에 따르면 업자가 유품을 정리할 때 1천만 엔(약 1천만 원) 이상의 많은 현금이 발견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화로 혼자 사는 노인이 늘면서 유품을 정리하지 않고 버리거나 집을 철거할 때 잘못 폐기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집에 현금을 보관하는 이른바 "장롱 예금"이 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구마노 히데오(熊野英生) 다이이치(第一)생명 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만 엔권과 1천 엔권 발행잔고 증가율 차이를 지적했다.

 NHK는 시중에 유통 중인 지폐 총액이 작년 12월 처음으로 100조 엔(약 1천조 원)을 넘어섰다면서 중앙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로 대량의 현금이 공급됐지만, 돈이 은행을 거쳐 대출로 풀려 소비되는 형태로 돌지 않고 현금으로 보관되다 최종적으로는 "쓰레기장"으로 가는 건 왜곡된 일본 경제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