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왕의 대반전은 이뤄지지 않을 것인가.
세인트루이스 오승환(35)이 계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커리어를 고려하면 오승환을 필승조에 포함시켜야 한다.
하지만 최근 모습과 매 경기가 결승전인 팀 상황을 생각하면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트레이드로 영입한 후안 니카시오(31)가 이틀 연속 세이브를 올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정규시즌 종료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자욱한 안개에 갇혀버린 오승환이다.
최근 부진이 치명타가 됐다. 지난달 31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20세이브를 달성한 오승환은 이틀 후 같은 팀을 상대로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1-0으로 앞선 9회말 1사 2루에서 등판한 오승환은 첫 타자 버스터 포지에게 적시타를 맞아 동점을 내줬고 바로 교체됐다.
공 4개만 던지며 허무하게 투구를 마쳤고 세인트루이스는 연장 10회 말 닉 헌들리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경기를 내줬다. 오승환은 5일을 쉬고 나온 지난 7일 샌디에고 파드레스와의 원정경기서도 고전했다.
팀이 0-1로 뒤진 7회말 무사 1루에서 등판한 오승환은 2사 3루에서 윌 마이어스에게 2점 홈런을 허용했다. 마이어스의 홈런으로 승부의 추가 샌디에고로 급격히 기울었고 결국 세인트루이스는 0-3으로 패했다.
이후 세인트루이스는 10일까지 피츠버그와 홈 3연전을 치렀는데 3경기 동안 오승환은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팽팽한 접전 끝에 승리한 8일과 9일 경기에서 세인트루이스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오승환을 필승조에서 제외시킨 채 불펜진을 운용했다. 지난 6일 트레이드로 합류한 니카시오가 이틀연속 무실점 피칭으로 세이브를 올리며 세인트루이스 필승조는 자연스럽게 재편됐다.
지난달 23일 트레버 로젠탈이 팔꿈치 수술로 시즌아웃됐을 때만 해도 오승환에게 마지막 기회가 오는 것 같았다. 현지 언론 또한 오승환이 다시 마무리투수 자리를 꿰차고 세인트루이스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오승환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미 시즌을 포기한 샌프란시스코와 2경기서 실점한 게 오승환의 보직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장타 허용과 불안한 변화구 제구가 시즌 내내 오승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1.92였던 방어율이 올시즌에는 3.82으로 2점 가량 치솟았다.
세인트루이스는 10일 현재 시즌 전적 75승 68패로 지구 1위 시카고 컵스를 2경기, 와일드카드 2위 콜로라도를 2경기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피츠버그와 3연전을 싹쓸이했고 최근 10경기 8승 2패로 가을야구를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즌 막바지 승부를 거는 중요한 시기지만 세인트루이스 승리공식에서 오승환의 이름 석 자는 희미해지고 있다. 동시에 오는 11월 프리에이전트(FA) 계약에도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