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대북제재 강화속 국제기구 통해 8백만 달러 대북지원 검토, 한국당 등 야권 거센 반발

유엔연설 앞두고 '북한과 대화 기조 만들기 분석
野 "결국 김정은 비자금만 두둑" 즉각 철회 요구
美-日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균열 우려도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6차 핵실험 11일 만에, 유엔 대북제재 결의가 나온 지 이틀 만에 91억 원 상당의 인도적 대북 지원 재개 의사를 밝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통일부는 14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북한 취약계층 상황이 시급하다""정치와 인도적 지원은 별개"란 논리를 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 왜 지원을 재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안보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억장을 무너뜨리는 계획"이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북한에 대해 세계가 등을 돌린 상황에서 안보 위협의 최대 당사자인 우리 정부만이 무한 신뢰를 보이고 있는 형국을 국제 사회가 얼마나 비이성적인 상태라고 조롱하며 의구심을 보낼지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정태옥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직접 지원하겠다고 구걸해도 북한이 매몰차게 거부하니까, 이번에는 국제기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현금을 못줘서 안달이 났다. 인도적이니 뭐니해도 북한에 현금성 도움을 주는 것은 결국 김정은의 비자금을 두둑하게 해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구걸해도 안되니까…"

 통일부는 이날 지원 계획을 공식 발표가 아니라 당국자의 백브리핑(익명 전제의 기자간담회)을 통해 예고 없이 공개했다. 사전 예고도 없었고, 배포된 보도자료에 내용이 빠져 구두로만 전달됐다. 청와대와의 조율하에 긴급하게 이뤄진 브리핑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제재 대상은 북한 정권이지 북한 주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가 문 대통령의 21일(현지 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앞두고 '한반도 운전석론'을 앞세워 북한과의 대화 모드 조성에 다시 드라이브를 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통일부 당국자는 "수개월 전 국제기구에서 지원 요청이 왔고 검토 끝에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를 열어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사전 공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적십자회담 제안 등을 거절했지만 또다시 구체적인 인도적 지원을 통해 대화 기조를 주도하기 위한 모멘텀을 만들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北 전용 가능성은 없다"

 한편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 핵 개발 자금 등으로 전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국제기구에 돈을 주면, 해당 기구가 의약품 등 물품을 사서 북에 배포하는 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현금이 아닌 물품 지원인 만큼 다른 용도로 전용하기 어렵고, 해당 물품이 아동 등 일부 계층에 특정된 것이라 현금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일각에선 정부의 이번 결정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사전에 미국과 일본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14일 "유엔 안보리에서도 북한에 대해 각별히 엄격한 제재 결의가 만장일치로 채택됐다"며 "북한에 대한 압력을 훼손하는 행동은 피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