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허리케인 뚫고 미국서 날아간 각막

[주말화제]

 美 폐암 사망 60대 여성 환자가 기증한 '안구'
한국 기초생활 40대 남 태풍때문에 못 받을뻔
 항공편 취소 불구 가까스로 이송 '이식 수술' 
"아름다운 사람들때문에 아름다운 세상 보게돼"

 한국에 사는 이경원 씨(48)는 4년 전 왼쪽 눈이 빛을 잃은 뒤 최근 오른쪽 눈마저 나빠지기 시작했다. 기초생활 급여 말고는 수입이 없는 이 씨가 두 눈을 잃으면 지적장애와 청각장애가 겹친 아내도 돌볼 수 없게 될 위기였다. 각막 이식이 유일한 희망이지만 대기 순번은 수년째 돌아오지 않았다. 

 그에게 찾아온 기회가 '해외 안구'였다. 비영리 공익법인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이 최근 미국에서 폐암으로 사망한 60대 여성 환자의 안구를 국내로 들여와 이식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기로 했다. 800만 원이 넘는 이송 및 수술비는 생명을나누는사람들과 미국의 한 종교단체가 나눠서 내주기로 했다. 

 모든 과정이 순조로운 듯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발생한 뜻밖의 초강력 폭풍이 이 씨를 뒤흔들었다. 기증 받을 안구를 보관하고 있는 '아이 뱅크'가 위치한 플로리다 주에 허리케인 '어마'가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어마가 상륙하면서 인근 공항에선 안구를 이송할 항공편이 전부 취소됐다. 이 씨의 간절한 희망이 사라질 뻔 한 것이었다. 

 하지만 하늘은 이 씨 편이었다. 다행히 현지 장기 기증 코디네이터가 안구를 뉴욕 JFK공항으로 옮겨 이 씨는 지난 12일 무사히 세브란스병원에서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안구와 동봉된 편지에는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내 어머니의 안구를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게 되길 기원한다"는, 기증자의 딸이 쓴 편지가 들어있었다. 

 이 씨는 곧바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회복 중이다. 미국을 뒤흔든 허리케인을 뚫고 미국에서 그 먼 길을 달려온 각막은 그렇게 한 생명에 빛을 선물했다.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시각장애인 100여 명에게 안구 이식 수술비를 지원해왔다. 이 중 5명이 이 씨처럼 해외에서 들여온 안구를 이식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