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짜·일리, 내년 스타벅스 1호점 들어서는 밀라노에 나란히 플래그십 매장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세계적인 커피 체인 스타벅스의 내년 하반기 이탈리아 상륙을 앞두고 이탈리아 양대 커피 명가로 꼽히는 라바짜(Lavazza)와 일리(illy)가 스타벅스의 공습에 맞설 채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탈리아 토리노에 본사를 둔 라바짜는 18일 저녁(현지시간) 밀라노의 유서 깊은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 인근에 브랜드 최초의 플래그십(최고급) 매장을 개점,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라바짜는 내년에 이탈리아 내 스타벅스 1호점이 들어서는 곳과 지척에 자리한 300㎡ 면적의 이 매장에서 특별히 블렌딩한 커피와 고급 음식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탈리아 최대의 커피 제조 업체로 주로 이탈리아에 산재한 바(bar)에 로스팅한 커피를 제공하거나, 분쇄된 커피 제품을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데 주력해온 라바짜가 플래그십 매장을 낸 것은 이번이 라바짜 역사상 최초로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일리 카페가 밀라노에 문을 연 플래그십 매장 [일리 카페 홈페이지 캡처]

이에 앞서 라바짜와 쌍벽을 이루는 일리 카페도 지난 4월 밀라노의 유행을 선도하는 거리인 비아 몬테나폴레오네에 140㎡의 실내매장과 60㎡의 정원으로 구성된 최고급 매장을 선보였다.

일리 카페는 이곳에서 유명 예술가들이 디자인한 커피잔에 담긴 고급 커피와 함께 제빵류부터 정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두 회사가 밀라노에 차례로 플래그십 매장을 연 것은 스타벅스의 공습을 앞두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텃밭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스타벅스는 내년 하반기 밀라노 두오모(대성당) 인근의 고풍스러운 옛 우체국 건물에 무려 2천400㎡의 유럽 최대 매장의 문을 열어 이탈리아 시장에 첫발을 내딛을 예정이다.

세계 70여개 국에 약 2만4천500개의 점포를 거느리고 있는 스타벅스로서는 세계 주요 국가 중에서 마지막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남아있던 이탈리아를 공략하기 위해 대형화, 고급화로 승부하기로 했다.

스타벅스는 밀라노의 첫 매장이 성공을 거둘 경우 수도 로마를 비롯한 이탈리아 곳곳에 매장 약 200곳을 추가로 낸다는 계획이다.

커피 '공룡' 스타벅스가 커피에 대한 자존심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시장 역시 접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에스프레소가 단돈 1유로, 카푸치노는 비싸봤자 1.5유로를 넘기지 않은 바 문화에 길들여진 이탈리아인들이 한 잔에 3유로가 훌쩍 넘는 스타벅스 커피에 지갑을 쉽사리 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반면,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과 스타벅스에 익숙한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스타벅스가 틈새 시장 공략에 성공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라바짜와 일리 카페의 플래그십 매장 개점은 이탈리아 커피의 자존심을 지키고, 특히 젊은층이 스타벅스로의 이탈을 막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으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라바짜는 이번 플래그십 매장 개점이 스타벅스를 의식한 것이라는 세간의 추정은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라바짜 가문의 일원이자 회사 부회장을 맡고 있는 쥐세페 라바짜는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탈리아 커피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공간을 창조하길 원한다"며 "이번 플래그십 매장은 커피와 관련된 혁신과 기술, 열정의 결합체가 될 것이며, 고객들은 이곳에서 커피의 총체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