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류현진이 투구수에 발목이 잡혔다.
18일(한국 시간)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에서 벌어진 LA 다저스-워싱턴 내셔널스전은 ESPN의 선데이나잇 베이스볼로 미국 전역에 중계됐다. 두 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포스트시즌에서 재격돌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플레이오프 예비고사였다. 지난 6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이후 12일 만에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5승7패, 방어율 3.46)의 상대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14승4패, 방어율 2.60)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대학생(샌디에이고 주립대학)으로 미국 국가 대표에 발탁된 특급 우완이다.
다저스는 앞의 두 경기를 이겨 이미 위닝시리즈를 작성하며 4연승 행진을 벌이고 있었다. 류현진은 팀이 스윕을 할 수 있도록 경쟁력있는 피칭을 해야 했다. 그러나 1회부터 트리아 터너, 제이슨 워스, 앤서니 렌던 등 3타자를 모두 풀카운트에서 플라이로 처리하며 과다 투구 조짐을 보였다.
결국 5회 2사 후 투수 스트라스버그와 터너를 풀카운트에서 연속 볼넷으로 출루시켜 무실점에도 불구하고 강판되고 말았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1-0으로 앞선 5회 말 승리투수 요건을 갖춰야 하는 상황에서 류현진이 연속 볼넷을 내주자 미련없이 로드 스트리플링으로 교체했다. 투구수는 98개(스트라이크 56)였다. 지난 애리조나전과 달랐던 것은 땅볼 처리가 단 2개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다저스는 2회 2루서 8번 타자 로건 포사이드의 좌중간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포사이드의 타구는 워싱턴 중견수 마이클 테일러의 글러브에 맞고 2루타가 됐다. 기록되지 않는 실책성 수비였다. 류현진은 4.2이닝 동안 3안타 2볼넷 5삼진 무실점으로 선발로서 몫은 다 했다. 워싱턴은 류현진이 물러난 뒤 경기 후반에 1루수 라이언 짐머만의 연타석(32, 33호), 대타 애덤 린드의 2점 홈런(12호) 등 3방을 터뜨리면서 7-1로 승리, 싹쓸이를 면했다. 두 팀은 올해 6차전에서 3승3패로 균형을 이뤘다.
◇ 투구수가 문제
다저스 전속 라디오 KLAC의 해설자 릭 먼데이는 류현진의 투구내용을 전한 뒤 "문제는 투구수였고 5회를 채우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류현진은 올해 22경기에 선발 등판해 이번 워싱턴전을 포함해 6차례나 5회 이전에 교체됐다. 무실점 교체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통 선발 투수가 승리요건인 5회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는 대량 실점 때문이다. 그러나 워싱턴전에서는 12일 만에 등판해 총 6차례 풀카운트 승부를 펼친 탓에 투구수에 발목이 잡혔다. 특히 5회 2사 후 투수인 스트라스버그에게 풀카운트에서 볼넷을 허용한 게 화근이었다. 류현진의 표정도 이 때 일그러졌다. 올해 선발 등판 경기에서 무실점 피칭은 총 4번이다. 구원 4이닝을 던져 무실점한 것을 포함하면 5차례다.
최근 12경기 등판에서는 방어율 2.62이고 경기당 2점 이하는 10차례로 전반기보다는 훨씬 좋은 구위를 과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결국 관건은 투구수 조절이다. 승수쌓기도 투구수와 직결돼 있다. 전날 리치 힐은 5이닝 1실점하고 시즌 10승을 거뒀다.
◇ 포스트시즌 역할은
다저스는 이날 패했지만 2위 애리조나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2-7로 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매직넘버는 4로 줄었다. 정규시즌 13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류현진이 앞으로 몇 차례 선발등판할지 불투명하다.
류현진이 워싱턴전 선발로 나서면서 로버츠 감독은 마에다 겐타를 로테이션에서 제외시키며 5인 체제를 유지했다.
포스트시즌은 선발 4인 체제다. 5전3선승제의 디비전시리즈에서는 3인 체제로 끝내는 경우도 흔하다.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선발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정점으로 다르빗슈 유-알렉스 우드-리치 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포스트시즌에서는 5선발을 롱맨으로 활용한다. 이 자리를 누가 꿰찰지가 주목된다. 류현진 또는 마에다다.
플레이오프 엔트리 합류 여부가 걸려 있어 류현진은 코칭스태프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무실점에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나 투구수 때문에 5회를 버티지 못하고 조기 교체된 것은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