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미식가 평가 받는 것 부담…평가 신경안쓰고 훌륭한 음식 낼 것"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미슐랭 평가에서 빼주세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에서 최고평가인 별 3개를 받은 프랑스의 유명 셰프 세바스티앙 브라(46)가 평가 대상에서 자신의 레스토랑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브라는 경관이 뛰어난 라귀올(Laguiole)에 있는 르쉬케(Le Suquet)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이 레스토랑은 미슐랭 평가에서 거의 20년간 줄곧 별 3개 평가를 얻었다.

그런데 브라는 수시로 미식가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게 부담스럽다면서 미슐랭 평가에서 빼달라고 간청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일(현지시간) 전했다.

맛을 평가하는 이들이 아무 때나 신분을 숨기고 들어와 그가 만들어 내놓는 모든 음식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게 너무 싫다는 것.

미슐랭 측은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등 큰 변화 없이 이런 식으로 미슐랭 평가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프랑스 요리사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브라는 평가와 평가단에 신경 쓰지 않고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 내기를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르쉬케 레스토랑은 미슐랭 평가에서 '마음을 사로잡는' 레스토랑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요리사 복장을 한 브라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46세의 나이에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자 한다. 뭐가 중요한지 재정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리사인 자신의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지만 1999년 레스토랑이 미슐랭 평가에서 별 3개를 얻은 뒤 말 못할 압박에 시달려 왔다고 말했다.

요리사로서 자유롭게 일에 매진하고 싶고 '평가의 세계'로부터 떠나 평온한 가운데 긴장하지 않고 요리를 하도록 놔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브라는 10년 전 가족이 운영하는 이 레스토랑을 떠맡아 경영하고 있다.

그는 AFP통신에 "매년 2~3차례 언제인지도 모르게 점검을 당한다. 내놓는 음식마다 점검 대상이 된다. 이는 매일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500가지의 음식이 평가 대상이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브라는 "평가에서 제외되면 덜 유명해지겠지만 받아들일 것"이라며 "내 창작품(음식)이 미슐랭 평가단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지 신경 쓰지 않고 훌륭한 음식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선언에 대해 미슐랭 집행위원회 위원인 클레어 도랑 클로젤은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그가 그렇게 선언했다고 미슐랭 평가에서 자동으로 제외되는 것은 아니며 합당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는 이어 모든 요리사처럼 2003년 미슐랭 평가 강등을 우려해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최고 명성의 요리사 베르나르 르와조를 때때로 떠올린다고 덧붙였다.

브라는 미슐랭 평가에서 최고평가를 받은 프랑스 요리사 27명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미슐랭 평가에서 탈퇴하기로 한 첫 번째 요리사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요리사들은 폐업하거나 대대적 변신을 시도하면서 미슐랭 평가에서 빠지게 됐다.

2008년 미슐랭 평가에서 별 3개를 얻은 유명 요리사 올리비에 롤랑제는 조용히 살고 싶다면서 자신의 고급 레스토랑의 문을 닫았다.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