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팀에서 중심 역할을 맡았던 코리안 빅리거들이 힘겨운 2017시즌을 보내고 있다. 텍사스 추신수(35)를 제외하면 자리를 잃고 씁쓸한 정규시즌 마무리에 들어갔다. KBO리그에서 맹위를 떨쳤던 선수들이 대거 메이저리그(ML)로 넘어갔다가 그대로 유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6시즌까지만 해도 코리안 빅리거 전성시대가 열리는 것 같았다. 오승환(35), 이대호(35), 김현수(29), 박병호(31)가 나란히 ML팀과 계약을 맺고 내부경쟁에 들어갔다. 오승환은 시즌 중반부터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투수로 올라섰고 이대호도 전반기까지는 시애틀이 기대했던 역할을 수행했다.
김현수는 시즌 초반 출장기회가 적었지만 5월부터 진가를 발휘했고 볼티모어가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홈런도 터뜨렸다. 박병호는 6월 부상과 부진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으나 꾸준히 홈런을 날리며 장타력은 인정받았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다. 2017시즌에 앞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대호를 시작점으로 집단유턴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오승환은 변화구 제구와 장타허용에 발목잡혀 평범한 투수가 됐다. 최근 부상까지 겹치며 휴업에 들어갔다. 세인트루이스 지역언론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는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의 미래 계획에 들어가 있지 않은 것 같다. ML 다른 팀도 오승환을 영입할 계획이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오승환이 처한 상황을 전했다.
7월 논웨이버트레이드 마감일에 앞서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도 빅리거 커리어의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유망주 위주로 팀을 운영하고 있는 필라델피아의 플랜에 김현수 이름 석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두산을 비롯해 KBO리그 몇몇 팀들은 김현수의 FA 계약금액을 두고 고민 중이다.
올시즌 단 한 번도 빅리그 그라운드에 오르지 못한 박병호는 당장 한국으로 돌아갈 확률은 낮다. 2019시즌까지 미네소타와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활약 여부에 관계없이 미국에 머물러야 한다.
변수는 있다. KIA가 윤석민을 볼티모어에서 데려왔을 때처럼 ML 구단과 상호협의하에 계약을 해지하고 친정팀으로 돌아오는 것은 가능하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넥센의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이 2018년에 종료된다. 넥센 구단의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2018시즌이 끝난 후 구단 전체적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박병호의 유턴도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KBO리그의 수준이 올라가고 한국야구의 국제무대에서 굵직한 성적을 남기면서 빅리그 진출문이 열렸지만 여전히 빅리그의 벽은 높다. 한 시즌 반짝할 수는 있지만 치열한 내부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자리를 잃는다.
LA 다저스 류현진(30)과 추신수처럼 정상급 활약을 펼치지 않는 이상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