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문가들 인용…"6차핵실험은 체면 중시한 중국에 대한 모욕"
"남북한, 해상서 부분충돌 가능성 커"…제재 실효성에는 찬반 갈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핵·미사일 폭주를 이어가는 북한을 멈추게 할 유일한 나라로 여겨지는 중국조차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이날 베이징발(發) 기사에서 중국 전문가들을 인용해 "베이징(중국 정부)은 늘 그래왔듯이 북한과 이런 상황에 대해 좌절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미국과 북한이 '완전 파괴'를 비롯한 노골적인 말 폭탄을 주고받은 데 이어 실제 군사 행동의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위기를 높인 데 대해 겉으로는 양측에 자제를 촉구하며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평양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약해졌으며, 중국은 전례 없이 굳은 결의로 유엔의 대북 제재를 이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 로위연구소의 국제안보 전문가 유언 그레이엄은 WP에 "중국은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이라고 오랫동안 거짓말을 해왔지만, 지금은 정말로 북한에 대해 제한된 영향력만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다음달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안팎에서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음에도 북한이 아랑곳하지 않고 도발을 감행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이달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모임) 정상회의를 주최한 기간에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것은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WP는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아직 만난 적이 없지만 서로를 나쁘게 평가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미국이 공조 태세를 갖춘 반면, 북한은 중국과 냉랭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아울러 조선중앙통신이 최근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매체를 비난하는 글을 게재한 것도 북중 관계의 이상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북한이 중국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중국이 북한 정권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는 북한 체제가 갑자기 무너져 탈북자들이 대거 국경을 넘어오거나 한반도가 친미 정권으로 통일되는 시나리오를 두려워한다. 따라서 북한은 중국이 북한의 생명줄을 끊을 결정적인 조치를 하지 못할 것으로 자신하고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거리낌 없이 행동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런 흐름을 멈추지 못하면 한반도를 둘러싼 무력 충돌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루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북-미 간 위협 발언 교환에 대해 "이는 틀림없이 중국을 포함한 모든 당사자들에 재앙적인 상황"이라면서 "전쟁 발발이 임박했다는 신호는 없지만 아직 경계가 정해지지 않은 바다 위에서 남북한 사이의 부분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염려했다.

한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효용성에 관해서는 중국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션 딩리 중국 푸단대 국제학연구소 부소장은 WP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보기에 제재는 북한의 굳은 결의를 바꾸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루차오 주임은 "제재는 북한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발휘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이해득실을 다시 생각해보고, 국제사회의 적으로 남아있느냐 아니면 협상테이블로 돌아와 앉느냐를 결정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언젠가 북한이 테이블로 돌아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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