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판매단계부터 규제…불법영상 즉시 삭제 가능하게
피해자 '원스톱 서비스' 지원…영상삭제 비용은 가해자가
'몰카' 구매자의 범죄 연관성 추적 한계 등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정부가 이른바 '몰래카메라' 범죄 예방을 위해 연인 간 복수 목적의 음란 영상 유포 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또 현재 규제 없이 판매되는 '몰카'를 판매단계부터 규제하는 한편, 지하철역 등 몰카에 취약한 곳은 일제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26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디지털성범죄(몰래카메라 등) 피해 방지 종합대책'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몰카 판매 규제부터 관련 범죄 예방에 이르는 범죄 개선 방안을 6단계로 구분하고 총 22개의 과제를 정해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먼저 '디지털 성범죄자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연인 간 복수 목적으로 촬영된 영상물, 일명 '리벤지 포르노'를 유포하면 현재는 징역 3∼5년 또는 벌금 500만 원∼1천만 원의 처벌을 받지만, 앞으로는 벌금형을 없애고 징역형으로만 처벌하기로 한 것이다.

또 영리 목적으로 촬영대상자 동의 없이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 역시 징역형으로만 처벌하게 하고, 아울러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타인의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신설된다.

상습적으로 몰카 영상을 촬영·유포하는 자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게 되고 공무원, 교사, 군인 등이 몰카 관련 성범죄를 저지르면 공직에서 배제하는 '디지털 성범죄 공무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된다.

정부는 몰카의 판매단계부터 강도 높게 규제해 관련 범죄를 예방한다는 계획이다.

안경, 모자 등에 부착할 수 있는 '변형 카메라'의 수입·판매업 등록제를 시행하고 해당 기기를 사는 사람의 개인정보를 받는 동시에 '변형 카메라'의 수입 심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유포된 불법 영상물을 신고해 삭제하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현재는 불법 영상물 삭제·차단에 평균 10.8일이 걸리지만, 앞으로는 피해자의 요청이 있으면 3일 이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긴급 심의를 거쳐 불법 촬영물을 삭제·차단할 계획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마련할 '패스트트랙'에 따라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으면 즉시 불법 영상물을 차단·삭제할 수 있게 했다.

인터넷사업자 등은 음란정보가 유통됐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즉시 삭제나 접속차단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하철 역사 등 몰카에 취약한 곳의 현황을 일제히 점검하고 숙박업자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직접 불법적인 영상을 촬영하면 최대 영업장 폐쇄 처분을 내리는 단속·수사 기준도 마련했다.

정부는 불법 영상물 3대 공급망인 사이트운영자, 웹하드, 음란 인터넷 방송업자를 대상으로 단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외국 음란물 유포 범죄를 막는 국제공조도 강화할 계획이다.

피해자 지원 방안도 구체적으로 마련됐다.

정부는 몰카 영상 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원스톱 종합서비스를 도입해 채증, 삭제, 사후 모니터링, 법률 상담 등의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고 디지털 성범죄 기록물의 삭제비용은 가해자에게 부과하는 처벌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는 '몰카 영상'이 '범죄 영상'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고 보고 행정기관이나 학생 대상 성폭력 예방 교육 때 몰카 영상 촬영과 유포 행위의 위험성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불법 영상물 내려받지 않기·시청하지 않기·유포하지 않기' 캠페인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을 두고서 일각에서는 기술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몰카로 쓰일 수 있는 변형 카메라를 사가는 사람의 신원은 확보할 수 있지만, 특정 '몰카범죄 영상'이 어떤 장비로 촬영됐는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DNA 필터링 기술을 개발하면 (유포자를) 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DNA 필터링 기술은 영상물의 오디오나 비디오가 가지는 고유의 특징을 수치화해 DNA를 추출하고 확보된 DNA와 비교해 원본 저작물과의 동일성 여부를 확인하는 기술이다.

음란물 유포를 막기 위한 국제공조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최근 몇 년간 성매매와 인터넷 음란물의 온상으로 지적받아온 미국 포털 야후의 소셜 미디어 서비스 '텀블러(Tumblr)'가 얼마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율심의협력 요청을 거부한 사례 등이 있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 사이트를 국내에 재전송하는 인터넷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음란물) URL을 막아달라고 할 것"이라면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텀블러 접속을 차단까지 하진 않겠지만, 문제가 심각하면 그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