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기소·부모 지명수배…檢 "추가 피해도 수사"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결혼을 빌미로 여성들을 등쳐 16억원을 가로챈 가족사기단이 검찰에 적발됐다.

수원지검 형사4부(서정식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박모(29)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달아난 박씨의 친모 김모(50)씨와 계부 이모(47)씨는 기소중지·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2011년 1월부터 A(26)씨와 교제를 시작한 뒤 같은 해 혼인신고 없이 결혼식만 올리고 함께 살기 시작했다.

박씨는 결혼을 준비하던 때부터 김씨 부모에게 거액의 혼수비용을 요구하기 시작해 "사업을 하는데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최근까지 13억원을 뜯어냈다.

그는 이런 수법으로 올해 7월까지 A씨를 비롯한 20·30대 여성 3명에게서 모두 15억9천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무직인 자신을 의사, 사업가로 꾸미는 등 직업과 나이, 재산을 모두 속였다.

박씨의 친모 김씨와 계부 이씨도 사기 행각에 가담했다. 이들은 화목한 가정인 것처럼 연출해 피해 여성들에게 호감을 산 뒤 여성들이 결혼을 결심하면 그때부터 갖은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

피해 여성들은 친모 김씨가 계모임 등을 돌아다니며 물색했다. 피해 여성들은 박씨와 결혼식은 했지만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를 제외한 피해 여성 2명은 박씨 등을 고소했지만 이 가운데 1건은 "결혼 준비 과정에서 생긴 갈등"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박씨 등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되기도 했다.

A씨는 자신이 피해를 본 사실을 모른 채 김씨 등과 함께 도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 일당의 범행은 지난달 SBS TV의 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취재를 시작하자 박씨가 자수하면서 드러났다.

박씨는 1건에 대해서만 자수했지만 검찰은 이들 앞으로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가 진행 중인 1건과 앞서 무혐의 처리된 사건을 다시 수사한 뒤 피해 여성이 3명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들 여성 외에 추가로 3명의 여성이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 등은 피해 여성을 극진히 떠받들어 시집오면 행복할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해 결혼한 뒤 가족이 된 것을 기회로 피해 여성과 부모에게 돈을 요구했다"며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이러한 범행에 대해 구속수사 및 법정 최고형 구형 등으로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zorb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