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한 패배다. 축구국가대표 '신태용호'가 북아프리카의 강호 모로코에 세 골을 내주며 완패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 스위스 빌/비엔느의 티소 경기장에서 끝난 모로코와 평가전에서 1-3으로 졌다. 사흘 전 신태용호 출범 이후 첫 유럽 원정 평가전이었던 러시아전 2-4 패배에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1년 넘게 A매치 무득점에 시달린 손흥민이 페널티킥(PK)으로 만회골을 터뜨리며 모처럼 골 맛을 본 게 유일한 소득이었다.

K리그 일정을 배려, 이례적으로 해외파로만 구성한 신태용호는 2연전을 테스트 목적으로 나섰으나 허망한 결과를 떠안았다.

러시아전과 마찬가지로 모로코전에 변형 스리백으로 맞섰다. 선발진에만 변화를 줬다. 손흥민~지동원~남태희가 최전방에 포진한 가운데 부상에서 돌아온 기성용 김보경이 중원에 섰다. 임창우와 러시아전 2개 도움을 기록한 이청용이 좌우 윙백, 송주훈~장현수~김기희가 스리백을 구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김진현이 꼈다. 기본적으로 3-4-3 포메이션으로 나서지만 중앙 수비수 장현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는 '포어 리베로' 구실을 맡으면서 공격시엔 4-1-4-1 전술을 오간다. 하지만 자동문처럼 뚫린 허술한 수비는 전술의 긍정적인 부분을 들여다보기 어렵게 만들었다.

러시아가 초반 조심스럽게 경기 운영한 것과 다르게 모로코 공격수들은 킥오프와 함께 한국 수비를 쉴 새 없이 흔들었다. 한국은 수비 숫자가 많아도 상대 개인 전술에 쉽게 돌파를 허용했다. 결국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다. 아민 하리트가 페널티박스 정면을 향해 빠른 드리블 돌파를 할 때 탄난이 오른쪽으로 달려들었다. 한국 수비는 하리트 드리블에 시선이 모두 쏠려 있었고, 탄난의 쇄도를 막지 못하면서 오른발 선제골을 내줬다. 추가 실점한 건 3분 뒤다. 상대 왼쪽 수비수 모하메드 나히리가 페널티박스 왼쪽을 돌파, 이청용의 수비를 따돌리고 낮게 차올렸다. 한국 수비수 송주훈이 걷어낸 공이 탄난 앞에 떨어졌다. 탄난은 가볍게 차 넣으며 두 번째 골을 만들었다.

한국은 두 골을 내준 뒤에도 여전히 갈팡질팡했다. 수비에서 볼 처리가 늦었고 대인 방어도 허술했다.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진 신 감독은 전반 28분 남태희 김보경 김기희를 빼고 권창훈 구자철 정우영을 투입, 변형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변화를 줬다. 전술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그나마 포백으로 전환한 뒤 경기력이 나아졌다. 전반 31분 손흥민이 왼쪽에서 올린 공을 권창훈이 가슴으로 떨어뜨린 뒤 왼발 다이렉트 슛, 전반 41분 손흥민이 구자철과 원투 패스를 주고받은 뒤 오른발 슛을 때리는 등 위협적인 장면이 나왔다. 하지만 모로코 골키퍼 손에 모두 걸렸다. 

후반 지동원 대신 황일수를 투입, 손흥민을 최전방에 올려 변화를 꾀한 신태용호. 하지만 킥오프 2분 만에 세 번째 골을 내줬다. 이번에도 오른쪽이 뻥 뚫렸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은 알 하디드가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강력한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다행히 영패는 면했다. 후반 20분 구자철이 후반 교체로 들어와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모로코 수문장 아흐메드 타냐우티의 실책을 놓치지 않고 돌파하는 과정에서 PK를 얻어냈다. 손흥민이 커커로 나서 오른발로 차 넣었다. 그는 지난해 10월5일 카타르전 이후 370일 만에 A매치 무득점을 깨뜨렸다.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