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삼성그룹이 세대교체형 인사 태풍에 휘말려 들어가면서 해체된 미래전략실(미전실)과 비슷한 그룹 컨트롤타워의 부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총수 부재에 이어 총수 대행의 부재 상황까지 닥치게 되면서 리더십 공백을 메울 방편으로, 과거 미전실과 비슷한 그룹 전반 통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근거에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격적인 퇴진 선언과 세대교체 주문으로 삼성에 대대적인 인사가 예고된 가운데 그룹 컨트롤타워의 부활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되자마자 미전실을 해체했다.

미전실이 최순실 씨 모녀에게 말을 사주고 승마훈련을 지원하는 등의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진 데 대한 처방이었다.

이후 삼성은 줄곧 '미전실 부활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경 유착이나 밀실 경영의 상징처럼 각인된 미전실을 되살릴 경우 자칫 '구태의 부활'이란 오해를 살 것이란 우려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 생활이 장기화하면서 리더십 공백을 보완할 그룹 컨트롤타워가 필요하지 않으냐는 목소리가 삼성 안팎에서 점차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원로 그룹에서는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등 3개 계열사를 주축으로 한 소그룹 체제를 도입해 계열사들의 사업전략·기획·인사 등을 총괄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사가 진행되면서 그룹의 사령탑 문제에 대한 고민도 큰 틀에 깊이 있게 이뤄지지 않겠느냐. 현재로썬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삼성이 그룹 컨트롤타워를 다시 만든다면 비판의 대상이 된 대관 업무 같은 기능은 아예 없애거나 대폭 축소해 미전실과는 차별화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 이 경우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이 참여하는 사장단협의회 같은 일종의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주요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과거 미전실에 쏟아진 '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같은 비판도 피해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삼성 내부에서도 이 같은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검토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외부 여론 등을 고려할 때 '미전실 시즌2'나 '사장단협의회 2.0'을 만드는 식의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