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권오석씨

의심만으로 재산 압류, 무혐의 판정…돌려받지 못하고 사업도 아내도 잃어

'1만불 이하 예금 쪼개기'조사, 결국 범죄증거는 찾지못해
권씨 "미군 복무하며 성실히 살았지만, 범죄자 취급 당해"

 

<워싱턴포스트 웹사이트>

 국세청(IRS)의 부당한 재산 압류로 집안이 '풍비박산'난 한인의 사연을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 소개해 주목된다. 미군에 복무, 나라를 위해 봉사했던 그의 재산을 의심만으로 증거없이 압류하고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 돌려주지 않은 가운데, 사업도 아내도 잃은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WP에 따르면 32세 때인 1976년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도미한 권오석(현재 73세·메릴랜드주·사진) 씨는 함선 정비공으로 미군에서 복무한 '베테랑'(veteran)이다. 4년 복무 후 수십년간 발전소 직원과 차량 정비공 등으로 일했다. 자녀들도 다 키워 독립시킨 후에, 그간 모은 돈으로 2007년 메릴랜드주 하워드카운티 엘리코트시티에 개스 스테이션 하나를 마련했다. 고생끝에 꿈에 그리던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개스 스테이션은 이제 권 씨에겐 전부나 다름없었다고 WP는 묘사했다.

 악몽은 그로부터 불과 수년후 2011년 시작됐다. WP에 따르면 범죄행위 검거에 열심이던 한 정부 조사관이 자신의 직감에 따라 권 씨 가게에서 범죄가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해 권 씨의 돈을 압류했다. 그러나 권 씨는 돈세탁, 테러리스트, 갱단, 세금 포탈 어느 혐의와도 관련이 없었고, 정부는 결국 범죄행위와 관련된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WP는 강조했다.

 그러나 조사가 끝난 후 IRS는 돈을 돌려주지 않았고, 권 씨의 비즈니스는 도산했다. 권 씨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주변의 시선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고, 암투병 중이던 권씨의 아내는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더해져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이후 IRS는 스몰 비즈니스에 이러한 압류를 하지 않도록 규정을 바꿨지만, 권씨의 돈은 여전히 돌려주지 않고 있다.

 5만9117.47달러. IRS가 권 씨에게 뺏어가 아직도 돌려주지 않고 있는 돈의 액수다. 너무도 억울한 권씨는 IRS에 돈을 돌려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올해 8월이 가장 최근이었는데, IRS의 대답은 역시 '노(No)'였다.

 특히 WP는 권 씨는 군복무까지 하며 사랑했던 미국이 이런식으로 자신을 대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마음 아파했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시민권자인 권씨는 미국에 오자마자 '미국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미군에 지원해 정상적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이후 한 명의 성실한 미국인으로 열심히 살아왔다. 

 2011년 당시 IRS 측이 권 씨를 의심한 이유는 1970년에 제정됐던 은행비밀보호법 'BSA(Bank Secrecy Act)'에서 기인했다. 금융기관이 1만달러 이상 금융거래를 의무 보고하도록 한 법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테러리스트, 범죄조직, 자금세탁·조세회피자들은 주로 1만달러 미만으로 분산 예금하는, '스트럭처링(structuring)' 수법을 썼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은 고의적으로 1만달러 미만으로 쪼개 예금한다고 의심되는 계좌를 당국에 보고했는데, 분산 예금했던 권씨가 '스트럭처링' 의심을 받은 것이다. WP에 따라면 이 같은 예금은 세금 회피 등 불법적인 의도가 있을 경우에만 범죄가 된다. 그러나 권씨는 내야 할 세금도 모두 냈고, 보고해야 할 사항도 모두 보고하는 등 이에 해당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권 씨를 변호하고 있는 에드워드 그리핀 변호사는 "정부의 (권 씨) 재산 압류는 분명 잘못이며, 정부는 정직한 시민의 삶을 망가뜨렸다.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이것이 내가 그를 위해 계속 싸우는 이유"라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IRS 측은 이에 대한 자세한 답변은 내놓지 않았으며, 권 씨에게 여전히 '스트럭처링' 혐의가 있다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