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20일 공론조사 결과에 따라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재개가 사실상 결정됨에 따라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의 향방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아울러 건설 중이거나 준비 중인 다른 원전의 동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은 이날 원전 축소 정책에 지지를 보냈지만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에는 확실하게 손을 들어줬다.

공론화 과정이란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탈원전의 대원칙은 살리면서, 원자력업계와 일부 국민의 우려도 반영하는, 그야말로 '윈-윈(win-win)'의 결과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급격한 탈원전보다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동반한 탈원전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정부에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윈-윈'의 방향이 도출된 만큼 문재인 정부로서도 탈원전 정책을 다소 보완하는데 한결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빠르게 진행되던 탈원전은 이제 정책 보완과 함께,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어느 정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란 이야기다.

신고리 5, 6호기도 내달쯤 공사가 재개되겠지만, 추가적인 안전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만큼 이에 대한 보완이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 등을 통해 6기의 신규 원전 계획을 백지화하고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노후 원전 10기는 수명연장을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언급한 신규 원전 6기에는 신고리 5·6기는 포함되지 않는다. 신한울 3·4호기(각 1.4GW), 천지 1·2호기(각 1.5GW) 그리고 건설 장소와 이름이 미정인 2개 호기 등이 백지화 대상이다.

영덕에 건설 예정이던 천지 1·2호기의 환경영향평가 용역은 지난 6월 중단됐다. 각각 2026년, 2027년 완공 예정이었다.

한수원은 지난해 7월과 8월 사이에 매입 공고를 거쳐 면적 기준으로 18%인 58만7천295㎡를 사들였다.

그러나 정부가 탈원전으로 정책 방향을 잡으면서 땅 매입이 중단됐다.

이와 관련해 건설 예정지 토지 소유주들은 "땅을 매입해 달라"며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경북 울진군에 건설 예정이던 신한울 3·4호기는 지난 5월 설계 용역이 취소됐다. 이 두 호기는 기존 신한울 1·2호기 옆에 한수원이 예전에 마련한 부지에 지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토지 매입 관련 잡음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다른 두 개 호기는 사업 준비 작업에 들어가기도 전에 건설 계획이 무산됐다.

1982년 11월 발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조기 폐쇄된다.

월성 1호기는 우리나라 최초 가압중수로형 원전으로 2012년 11월 20일 운영허가가 끝났으나 2022년까지 10년 연장운전 승인을 받아 2015년 6월 23일 발전을 재개한 상태다.

조기 폐쇄 방침이 정해진 이상 2022년 이전에 문은 닫겠지만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밖에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 등이다.

신고리 3호기는 지난해 12월부터 상업 운전에 들어갔으며 신고리 4호기의 현재 공정률은 99.6% 수준이다.

신고리 4호기는 올해 말 상업 운전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준공 시점이 내년 9월께로 연기됐다. 고온기능시험 관련 기기 성능 개선 조치와 지난해 경주지진 이후 진행되고 있는 부지 안전성 추가 평가 작업 등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신한울 1·2호기의 공정률도 95%를 넘었다. 각 준공 시점은 내년 4월, 2019년 2월이다.

신고리 3·4호기, 신한울 1·2호기에는 한국형 신형 원전 모델인 APR 1400이 적용됐다. APR 1400은 한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원전 모델로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된 모델과 같다.

아울러 정부는 고리 2~4호기, 한빛 1~2호기 등 2030년 이전에 설계수명 만료를 맞는 원전 10호기도 연장 가동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앞서 국내 첫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는 지난 6월 영구 정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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