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비서로 일했던 영국인 여성이 그로부터 수년간에 걸쳐 성폭력을 당한 뒤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12만5천파운드(약 1억9천만원)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와인스틴이 설립한 미래막스의 런던 사무실에서 와인스틴의 비서로 일했던 젤다 퍼킨스가 19년이 흐른 이날 이런 사실을 털어놨다고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시 퍼킨스는 수년간에 걸친 와인스틴의 성폭력을 참아오다 결국 조언을 구하기 위해 로펌을 찾아갔는데 함께 갔던 동료 여성이 자신도 같은 일을 당했다고 말한 후 고소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당한 일들을 청취한 변호사들은 손해배상 청구를 권고했고 이들 변호사는 와인스틴이 의뢰한 대형 로펌을 상대로 협상을 벌였다.

결국 퍼킨스와 동료 여성은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조건으로 25만파운드를 받기로 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서에 서명하고 합의금을 절반씩 나눠받았다.

합의서는 퍼킨스와 동료 여성이 합의서 사본조차 보관하지 않는 조건을 담을 정도로 철저한 것이었다.

또 와인스틴에 관한 형사적 법적 절차가 시작돼 그들에게 증거를 요구하면 이들은 이틀 내 이를 와인스틴 측 변호사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매우 치밀하게 작성된 비밀유지 합의서였다.

그로부터 거의 20년이 지난 후 퍼킨스가 와인스틴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실과 비밀유지 합의서를 써줬다고 FT에 고백한 것 역시 계약 조건 위반에 해당된다.

당시 퍼킨스는 형사 고소를 해야 한다는 마음과 할리우드 거물이 지닌 막강한 힘 사이에서 번뇌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퍼킨스는 "비밀유지 합의서를 공개적으로 깨고자 한다. 누군가 이렇게 안 하면 이런 터무니없는 합의서들과 피해자들이 겪었던 구속들에 대한 논의가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은 법을 지키는 사람들을 보호하려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이후 내 가치관은 완전히 무너졌다. 법은 옳고 그름과 전혀 상관없고, 돈이나 권력과 상관있다는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와인스틴에게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여성은 배우 기네스 펠트로와 앤젤리나 졸리를 포함해 배우 지망생과 직원 등 50명을 넘었다고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그러나 와인스틴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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