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성폭행 혐의…3차 소환 조사 앞두고 자택서 목매 자살

(영월=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25일 강원 영월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어금이 아빠' 이영학(32·구속)의 계부 A(60)씨는 이날 경찰의 3차 소환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A씨는 이영학의 아내 최모(32)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영월경찰서는 A씨가 오후 1시 27분께 영월군 상동읍 내덕리 자신의 집 비닐하우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A씨를 소환해 며느리 최씨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보강 조사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소환 조사를 앞두고 A씨가 숨진 채 발견되자 경찰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강원지방경찰청에서 시행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 이후 11일 만이다.

A씨의 며느리 성폭행 혐의는 지난달 1일 최씨와 의붓아들인 이영학이 영월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알려졌다.

최씨는 고소장에서 최씨가 A씨로부터 2009년 3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A씨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피해 진술의 신빙성 확보 등 보완 수사를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이영학과 최씨는 고소장을 제출한 지 닷새 만인 같은 달 5일 오전 추가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그러나 최씨는 추가 피해를 신고한 지 하루 만인 같은 달 6일 오전 서울시 자신의 집 5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이때만 해도 A씨는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경찰은 지난 8일 A씨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A씨가 소지한 엽총 등 총기 5정을 압수했다.

이 중 2정은 불법 총기였다.

'A씨가 총기(엽총)로 위협하면서 성폭행했다'는 고소장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어 경찰은 최씨가 숨지기 전 추가 피해 조사 과정에서 채취한 성폭행 관련 DNA 증거물이 'A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경찰은 A씨에 대한 체포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번에도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해당 영장을 기각했다.

결국, 경찰은 DNA 증거를 토대로 지난 12일 A씨를 소환해 2차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진술은 1차 조사 때와 다소 달라졌다.

성관계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총기 위협 등 강압이나 폭력은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경찰은 성폭력 혐의를 부인하는 A씨의 진술에 거짓이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지난 14일 강원지방경찰청에서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벌였다.

이어 이날 오후 2시 영월경찰서에서 기존 진술을 재차 확인하고 미흡한 진술을 보강하는 3차 조사를 할 예정이었다.

무엇보다 검찰에 송치된 이영학이 '아내가 저를 사랑하는 것을 증명하려고 자살했다. 아내의 죽음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언급하면서 계부 A씨의 성폭행 고소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큰 관심이 쏠렸다.

경찰도 이날 3차 조사 내용과 거짓말 탐지기 조사 내용, 최씨의 고소장 내용과 숨지기 전 녹화한 피해 진술 등을 토대로 A씨의 신병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수사 대상자인 A씨와 고소인인 최씨가 모두 사망해 이 사건의 진실 규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은 A씨가 다른 사람도 아닌 며느리를 성폭행한 혐의로 조사받는 것에 심적 부담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인과 피고소인 등 사건 당사자 2명이 모두 사망함에 따라 이 사건은 절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