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 소유 부동산 가격을 정부가 너무 낮게 책정했다"

[뉴스포커스]

재개발 수용 보상가 8억에 반발, "위자료 포함 200만달러 받아야겠다"
한미 FTA 근거 중재의향서 접수…정부 상대 첫 투자자-국가간 소송
한국 정부, 첫 FTA 위반 소송에'화들짝'기재부등 4개 부처 합동 대응

 미주 한인 여성이 한국에 있는 본인 소유의 부동산이 재개발 과정에서 한국 정부에 의해 위법하게 수용됐다고 주장하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주목된다. 지난달 한·미 FTA에 근거한 '투자자-국가간소송'(ISD) 중재의향서를 한국 정부에 접수했는데, 미국인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 중재의향을 밝힌 건 한미 FTA 체결 후 처음있는 일이다.

 ▶"시장가치 못미쳐"보상금 거부

  24일 한국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자인 서모씨는 지난달 7일 한·미 FTA에 근거해 ISD 중재의향서(Notice of Intent)를 한국 정부에 접수했다. ISD는 FTA 체결국가가 협정상의 의무나 투자계약을 어겨 투자자가 손해를 봤을 때 해당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중재의향서 접수는 ISD를 제기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로, 중재를 신청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하는 것이다. 접수 90일 뒤부터 실제 중재 제기가 가능하다.

 중재의향서에 따르면 서씨는 지난 2001년 남편 박모씨(한국 국적자)와 함께 공동명의로 서울 마포구의 토지 및 주택 188㎡(56.87평)를 33만달러(현재 약 3억7200만원)에 매입했다. 서씨와 남편 박씨의 지분비율은 76대 24였다.

  이후 서씨의 부동산이 위치한 지역은 지난 2012년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됐다. 서울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는 지난해 1월 토지 수용가격을 81만776달러로 평가했으며, 올해 1월 이를 85만달러로 높였다. 

 그러나 서씨는 이렇게 결정된 액수가 적정한 시장가치에 미치지 못한다며 보상금 수령을 거부했다. 이와 별도로 해당 지역 재개발 조합이 서씨 부부 등을 상대로 퇴거를 요구하며 낸 소송에서 올해 1월 서울서부지법은 '부동산을 넘기라'고 판결했다.

 법원 명령에 따라 퇴거했으나 보상금은 가져가지 않은 서씨는 한미 FTA 조항을 들어 다시 한 번 이의제기에 나선 것이다. 

 ▶"정신적 고통도 배상하라"

 서씨는 한국 정부가 본인의 부동산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너무 낮은 값에 매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씨 측은 중재의향서에서 한국 정부의 토지 수용이 "적용 대상이 되는 투자를 직·간접적으로 수용하거나 국유화할 수 없다"고 규정한 한-미FTA 11장 6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 재개발 조합에 가입하겠다고 동의한 적이 없음에도 자신이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조합의 강압에 못 이긴 어머니와 동생이 위조한 사인으로 동의서를 내줬다며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서씨 측은 이런 과정에서 자신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고려해 본인의 피해액을 최소 200만달러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수용 자체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면서도 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외교부·법무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합동 대응체계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개인으로부터 ISD 중재요청을 받은 건 상당히 드문 일이며 한·미 FTA 체결 후 처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