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21세 여성 '혈한증'의학계 비상한 관심, 전세계서 15년간 단 24건만 보고된 희귀병

[의학뉴스]

 스트레스 받으면 상처 없는데도 얼굴 등서 출혈
 원인·치료법 오리무중, 의학계 연구도 지지부진
"십자가 처형등 편견때문…끔찍해도 생명관 무관"

 피부에 상처가 없는데도 얼굴과 손바닥에서 마치 땀이 나듯 피를 흘리는 '혈한증(血恨症)'.  이같은 희귀병을 앓고 있는 이탈리아의 21세 여성이 의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여성의 증상은 이탈리아 피렌체 대학의 외과의사 로베르토 마글리에와 마르치아 카프로니가 23일 발간된 캐나다 의학 협회 저널(Canadian Medical Association Journal) 최신호에 기고했다.

 혈한증은 이 여성이 자거나 활동을 할 때 자주 출혈이 발생하고 1~5분 지속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출혈량이 많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의료진은 "환자는 출혈에 대한 수치심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단절됐고, 환자는 자신의 '이런 증상이 우울증, 공포장애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고했다.

 현재로선 의료진이 내린 처방은 심장 박동 속도를 조절하는 베타 차단제 계열의 부정맥 치료제인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을 투여하는 것. 그러나 이를 통해 출혈량을 줄일 수는 있었지만, 증상 해소에는 미치지 못했다.

 결국 신통한 치료제가 없는 셈이다.캐나다의 의료사학자이자 혈액학자인 자칼린 더핀에 따르면 '혈한증'은 최근 15년간 전 세계에서 24건 정도만 보고 됐다. 환자의 대부분은 젊은 여성이나 아이들이었다. 일부는 혈액응고장애나 조직의 혈관 파열이 원인이었지만, 많은 경우 혈한증을 앓기 전에 심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경험했었다. 

 전 세계에서도 쉽기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희귀병임에도 불구하고 이 혈안증에 대한 연구 결과는 별로 없다. 병이 발견된지가 꽤 되고 아직도 원인이나 치료법이 나오지 않아 세계 의학자들이 너도나도 연구에 나설만도 할법한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왜 그럴까.

 이에대해 더핀은 혈한증에 대한 기록은 아리스토텔레스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기독교·십자가 처형과 연관이 되고 모든 신화(神話)에서 '피'가 등장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증상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으로 추측했다. 또 과거 의학 저널에서도 이런 사회적 편견의 영향으로, 혈한증에 대한 연구 게재를 꺼렸을 수도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기피 현상이 바뀌었다. 더핀이 찾을 수 있었던 혈한증에 대한 연구 기록 42건 중 절반이 최근 5년간 이뤄졌다. 또 한 남성은 더핀에게 혈한증을 보이는 한 친척이 베트남전쟁에서 PTSD(외상후스트레스증후)를 겪었던 탓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나마 안심인 것은 혈한증은 피 때문에 보기엔 끔찍해도, 환자들의 생명과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혈한증을 앓고있는 이탈리아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