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소통 강화 합의·2천500억불 경협체결로 무역불균형 '봉합'
시진핑, '신형 국제 관계' 간접 언급…트럼프, 사실상 '무대응'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중 양국이 북핵과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고, 갈등과 대립 대신 실리를 선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9일 베이징(北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일단 북핵 문제에 대해 소통을 강화키로 하는 한편 대규모 경제협력 체결로 양국 무역 불균형문제를 '봉합'했다.

이는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첫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미중 최대 현안인 북핵과 무역불균형 문제의 '총론'에만 다시 의견을 같이 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중간 북핵 소통 강화는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제재하되 대화 병행'이라는 시 주석 간 이견을 해소할 수 없고, 대규모 경협 체결도 미국의 엄청난 대중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북핵·무역불균형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뒤로 미뤄 갈등·대립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중 정상은 단독 정상회담에 이은 확대 정상회담, 미·중 기업 대표 회의에 참석해 현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두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큰 위협이 된다는 점에 공감하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 의지를 다지면서 북한이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견제와 압박을 하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시 주석은 이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엄격히 이행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이런 언급은, 중국 당국의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중정상 간 단독회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날 발표된 두 정상의 북핵 문제 합의 내용을 봐도 입장차가 크게 좁혀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북핵 문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며 대북원유 공급 중단 등의 고강도 대북제재 조치 실행을 요구해왔으며 두 정상간 단독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반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 주석 역시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 또는 대중 제재에 반대 의사를 보이면서, 중국의 기존 북핵해법인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 의지를 고수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미중 정상은 이날 외부에 공개된 확대 정상회담 모두발언과 공동기자회견에선,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중 간에 갈등·대립의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합의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주석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미·중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견지할 것이고, 안보리 결의를 엄격하고도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이라면서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견지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소통과 협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나와 시 주석은 우리의 공통된 약속, 즉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대한 약속을 논의했고 우리는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모든 대북 결의를 전면적으로 실천하는 데 동의했고 (북한이) 경솔하고 위험한 행동을 포기하도록 대북 견제와 압박을 가하기로 했다"면서 "모든 국가가 대북 대응 노력에 참여하고 금융 분야에서 대북 관계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기업 대표 회담 연설에서 "미 중간 무역이 일방적이지만 중국을 비난하지는 않겠다. 장사를 잘해서 이익을 본다고 탓하는 게 말이 되느냐. 이전 정부(오바마 정부) 잘못이다"며 오히려 '무역 적자'라는 비난의 화살을 버락 오바마 전 미 행정부로 돌렸다.

그는 "더 많은 미국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진입해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하며 미국기업의 지적 재산권 보호에 주력할 것"이라면서도 "미·중 관계가 매우 중요하며 우리가 방금 체결한 협정은 미국에 거대한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며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우리는 무역과 상업 관계 개선에 주력하고 무역 관계를 공정하고 상호 호혜 관계에 이르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면서 미중간 무역이 기본적으로 공정하지 않다는 점을 지속해서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예상치 못한 '부드러운' 태도를 보인 데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2천500억달러의 경협 선물보따리를 받은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시 주석은 미중 무역불균형 문제에 대해 상부상조 관계라는 점을 부각하며 미중 무역갈등을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미중 간 경제무역협력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양국 간의 무역갈등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계기로 '1인 독주 체제'를 굳힌 시 주석은 미중정상회담에서 대국 외교를 지향하는 '신형 국제 관계'를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은 건설적이고 앞으로 미중간 대국 관계의 협력 방향도 결정했다"면서 "미·중 간의 상호 협력은 미·중 양국의 근본적인 이익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양국과 세계의 기대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 관련한 언급 없이 "우리는 양국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하고 일치단결해 인류가 직면한 위험에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는 정도로 미중 관계를 규정했다.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