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김활란·김성수 등 "친일행위" 철거 목소리 커져…적폐청산 맞물려 갈등 불씨로

"마음 안든다고 없애면
남아나는 것이 없을 것"

최근 박정희·김활란·김성수 등 근현대 역사적 인물의 동상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거세다. 친일 행위 등을 문제 삼아 건립에 반대하고 철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회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동상 논란'은 식민지 상황에서 근대화를 이루고, 단기간 산업화를 달성해야 했던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들의 공과(功過)를 함께 평가하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김활란 동상 앞에 '이화는 친일파 김활란의 동상이 부끄럽습니다'라는 팻말이 꽂혀 있다. 이대 학생들로 구성된 '친일 청산 프로젝트 기획단'이 지난 13일 세운 것이다. 팻말에는 '김활란이 여성과 학생들을 전쟁으로 내몰아 일제의 식민통치를 적극 옹호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활란(1899~1970년)은 이 학교 초대 총장을 지냈다. 일제 강점기 때 좌우 합작 항일단체인 근우회에 참여하고, 문맹 퇴치·여성 계몽 운동을 펼쳤다. 이런 내용은 팻말에 담겨 있지 않다. 이대 측은 기획단에 "(팻말에) 공과를 같이 담자"고 했지만, 학생들은 "취지에 어긋난다"며 거절했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기증 증서 전달식에는 일부 시민단체가 건립 반대를 주장하며 찬성 측과 충돌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건립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역사 화해'차원에서 건립을 공약하며 시작한 사업이다.

친일 논란이 있는 인물의 동상 철거 요구는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적폐 청산'과 맞물리며 거세지는 양상이다. 지난 7월 고려대 총학생회는 본관 앞 인촌 김성수 동상 철거를 요구했다.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확정된 인물의 동상을 학교에 계속 두고 있는 게 맞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성수 선생은 일제 강점기 학교 설립 등 교육·언론 운동을 펼쳤지만, 일제 정책에 협력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동상 수난은 이뿐만 아니다. 인천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동상'은 수차례 낙서 테러를 당했다. 2005년엔 시위대가 밧줄로 동상을 끌어내리겠다고 시도한 적도 있다.

'동상 논란'은 "근현대사를 당파적 시각에서 보는 경향이 지나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동상을 '역사적 교훈을 얻는 조형물'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윤재운 대구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지금의 역사적 논의가 후세에는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며 "마음에 안 든다고 무조건 그때 시류에 휩쓸려 있는 동상을 없애버리기만 한다면 남아나는 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