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 첫 해 신인왕과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을 석권한 박성현(24ㄱKEB하나은행)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복기는 그의 별명인 '남달라'만큼이나 별나고 '닥공(닥치고 공격)'처럼 화끈했다. 힘든 시절을 참고 이겨내며 자신을 갈고 닦은 끝에 가장 빛나는 별로 우뚝 선 인생역전 드라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골프를 시작한 박성현은 학생시절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고교시절 잠시 국가대표로 뽑히기도 했지만 드라이버 입스로 마음고생을 하며 힘든 시기를 겪었다. 2012년 프로에 전향한 직후에는 교통사고로 한 동안 고생하는 등 힘든 시절을 보냈다.
2014년부터 1부 투어에서 활동했지만 당시 '신인 빅3'로 불린 백규정, 고진영, 김민선에 밀려 신인상 경쟁에는 끼어들지도 못했다. 24개 대회에 출전해 10번이나 컷 탈락하는 등 다음해 시드를 걱정하는 초라한 선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270~280야드의 장타를 펑펑 날리는 그의 파워풀한 스윙은 팬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다듬어지지 않는 거친 원석이 언젠가는 빛을 발할 것이란 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최고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신념으로 골프백에 '남달라'라는 글씨를 새겨넣고는 끊임없이 노력했던 박성현의 잠재력은 마침내 2015년 폭발했다.
메이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컵을 품에 안더니 폭주기관차처럼 본격적인 '성공시대'를 향해 달려갔다.
그해 시즌 3승, 상금 2위에 올랐다. 2016년에는 7승을 쓸어담으며 시즌 상금 13억 3300만원을 벌어 KLPGA 투어 사상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세웠다.
미국 진출의 길도 남다르고 화끈했다. 틈틈이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한 LPGA 투어 7개 대회에서 상금순위 20위에 해당하는 68만2000달러를 획득해 2017년 L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비회원 선수가 상금순위로 LPGA 투어에 직행한 것은 박성현이 사상 처음이다. LPGA 투어에 화려하게 등장한 박성현의 '닥공 샷'은 금방 전세계 골프팬들을 사로잡았다. 투어 최강자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는 3, 4개월이면 충분했다.
7월 US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신고했고 8월 캐나다여자오픈에서 시즌 2승을 달성해 신인으로는 최초로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뿐만이 아니다. 이미 엄청난 점수 차로 신인왕을 확정한 그는 상금왕과 올해의선수상까지 거머쥐면서 1978년 낸시 로페스 이후 39년 만에 루키 시즌 3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비록 시즌 최종전 CME 그룹 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에 그쳐 전관왕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박성현의 샷이 앞으로 더욱 빛날 것이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골프팬들은 이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청야니(대만), 박인비(한국)의 뒤를 이을 새로운 '골프 여제'의 탄생을 지켜볼 일만 남았다.
유인근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