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추수감사절]

잘 나가는 미국 경제, 한인 사회는 '장사 안된다'며 짜증
경제적 번영·사회적 성공에도 감사할게 없는건 욕심 때문
쉽게 놓쳐버리고 사는 작은 '일상의 삶'속에 감사가 가득


"살기 어려워 친자식 4명을 콘크리트에 묻었다."

지난 20일 오전 오사카부 네야가와시에 사는 53세의 일본 여성이 한 파출소에 찾아와 자수하면서 한 말이다. 이 여성은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 키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계속 고민했지만 상담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이 일본 여성의 "살기 어려워"라는 말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우울하게 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살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식을 죽인 비정한 이 여성이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면 너무 과장된 비약일까.

요즘 미국 경제는 그야말로 탄탄한 성장세다.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7월~9월) 미국 경제는 계속된 기업 투자에 힘입어 3.0%(연비) 성장했다. 이는 3년만에 처음으로 2분기 연속 3% 이상 오른 것이다.

실업률은 또 어떤가. 10월엔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낮아진 4.1%를 기록해 2000년 12월 이후 17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런데 한인 경제는 느낌이 미국 경제같지 않다. 만나는 사람마다 장사가 잘 안된다고 한다. 봉급은 안오르고 치솟는 물가에 힘이 빠진다. 세금이 오른다는 소식에 짜증뿐이다.

그래서일까. 막상 추수감사절이 코앞인데 뭘 감사해야 할지 잘 모르겠단다. 올해 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한 홀세일 업체 대표는 지난해의 120만 달러보다 못하다고 얼굴을 찌푸린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늘 감사할 것이 없다. 욕심에는 끝이 없는 법이니까.

또 아무리 노력해도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삶의 평범성은 우리에게 감사할 거리를 못보게 만든다.

정말 우리에게 감사할 일이 없는 것일까?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살면서 행복을 느끼며 감사했던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때 저녁을 거른 채 잠을 자다 너무 배가 고파 새벽에 깼을 때 어머니가 끓여주셨던 라면. 억수같이 비가 내리던 날 학교앞에서 쪼그리고 앉아있는데 우산을 들고 왔던 아버지…

행복과 감사는 어쩌면 우리가 평범하다고 생각하며 쉽게 놓쳐버리는 일상의 삶에 있는지도 모른다.

추수감사절은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곁에 다가 왔다.

비록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지위 따위는 여전히 불만족스럽지만 우리는 가진 것이 너무 많다.

싸울 때도 있지만 나의 영원한 후원자인 가족들이 있다. 때로 밉기도 하지만 나를 누구보다 이해해주는 아내, 남편이 있다. 힘들 때 소주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친구도 있다. 만약에 부모님이 아직 건강하게 살아계시다면 그 것도 감사. 여기에 강렬한 햇빛에 시원한 바람, 눈이 부실만큼 푸른 하늘, 빨갛게 물든 단풍은 덤이다.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이렇게 해보자. 다른 누구와도 비교하지 말고 작은 것이지만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감사 거리를 떠올려보자.

그래서 묻는다. "당신은 정말 감사할 일이 없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