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세가와병을 뇌성마비로 진단…법원 "1억 배상" 조정

(대구=연합뉴스) 류성무 기자 = 3살 때 뇌성마비 판정을 받고 10여년 간 누워지낸 환자가 약을 바꾼 뒤 1주일 만에 두 발로 걷는 일이 벌어졌다.

환자 가족은 오진 의혹을 제기하며 뇌성마비 진단 대학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병원 측에 1억원을 배상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만 3세가 넘을 때까지 까치발로 걷는 등 장애를 겪은 A(20)양은 부모와 함께 2001년 대구 한 대학병원을 찾았다. 병원을 찾기 전까지만 해도 경미한 보행장애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진단 결과는 뇌성마비였다.

수차례 입원치료도 받고 국내외 병원을 전전했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뇌병변 장애 1급 판정까지 받았다.

체념하던 A양 가족은 5년 전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2012년 7월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던 중 물리치료사가 "뇌병변이 아닌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고 의료진은 MRI 사진을 본 뒤 뇌성마비가 아닌 '도파반응성 근육긴장이상'으로 진단했다.

'세가와병'으로도 알려진 이 병증은 주로 소아 연령에서 나타난다. 신경전달 물질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 이상으로 도파민 생성이 감소해 발생한다.

소량 도파민 약물로 장기적인 합병증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질환으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A양은 실제 병원 측이 처방한 약을 먹고 일주일 만에 스스로 걷게 됐다.

A양과 A양 아버지는 2015년 10월 뇌성마비로 진단한 대학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2년여 동안 법정공방을 벌였다.

의료 관련 전담 재판부인 대구지법 민사11부(신안재 부장판사)는 피고 측이 원고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며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재판에 참여한 B 변호사는 "법원 조정 과정에는 당시 의료 기술로는 세가와병을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tjd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