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가 1심에서 유죄를 받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재판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장씨가 최씨, 박 전 대통령과 순차적으로 공모한 뒤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해 삼성그룹이 영재센터에 후원금 16억원을 지급하게 했다는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삼성그룹의 영재센터 1차, 2차 후원 모두 박 전 대통령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후원을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삼성의 영재센터 1차 후원은 2015년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과의 단독 면담 자리에서 후원을 요청했고, 이 요청이 차례로 삼성 관계자들에게 전달돼 이뤄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차 후원 역시 삼성 관계자들의 진술을 모아보면 2016년 2월 15일 대통령이 단독 면담하며 이재용에게 추가 지원을 요청했고, 이후 이재용이 장충기에게 지시해 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 판단과 동일하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도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단독 면담 시 지원 대상, 규모, 방식을 특정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1, 2차 모두 후원 계약 체결이나 후원금 지급에 관해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부회장, 장충기 전 사장의 결정으로 신속히 집행됐다고 판단했다.

장씨 사건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 과정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영향력이 미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 전 차관이 최씨, 장씨와 공모해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를 압박해 2억원을 후원하게 한 것은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GKL을 압박해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게 하고 최씨가 운영하는 더블루K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게 한 과정에서도 박 전 대통령과 최씨, 김 전 차관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김 전 차관이 최씨의 측근이었던 고영태씨가 더블루K에서 일한다는 걸 알았고, 안종범 전 수석의 소개로 더블루K 대표를 만났으며 대통령이 더블루K에 관심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 근거다.

결과적으로 박 전 대통령으로선 장씨와 김 전 차관의 1심 선고 결과를 통해 자신에게 제기된 18개 공소사실 중 두 부분에서 공모 관계가 인정된 셈이다. 이들 사안 자체가 다른 사건에 비해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논리 구조상 불리한 결과가 예상되는 판단이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청와대 문건 유출, KT 강요, 노태강 전 문체부 국장의 사직 강요 사건에서 공범으로 인정됐다.

최씨 또한 이날 판결로 삼성과 GKL을 압박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 판단을 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법원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범 피고인들이 모두 유죄를 인정받아 엄히 처벌받은 만큼 각종 국정농단 사건의 '합집합'이자 정점에 있는 두 사람 역시 중형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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