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범죄 저지르고 미국 도피, 14년 거주한 미주 한인

[뉴스진단]

헌재 "국외도피자 공소시효 정지 합헌" 결정
'공소시효 제도' 악용 해외 도피범들에 경종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형사처분을 피하기 위해 미국으로 도피해 14년을 지내다 한국으로 귀국한 미주 한인이 결국 실형을 면치 못했다. 도피범은 범행일로부터 7년을 넘겨 공소시효를 완성했다고 판단했지만 한국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국외도피 기간 공소시효 정지는 합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범죄를 저지르고 '공소시효 제도'를 악용한 미국 도피는 더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헌재가 재확인시킨 것이다.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로 도피한 경우 공소시효의 진행을 정지한 형사소송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재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공소시효가 정지되도록 정한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헌재는 "외국 수사기관과의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범인의 소재를 파악하고 검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조절차가 복잡해 수사 및 검거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점, 국가별 법제도의 상이로 인해 공조요청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범죄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국내의 수사권 및 사법권 발동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범인이 국외에 있는 경우 무조건적으로 공소시효가 정지하도록 한 것은 아니고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인 경우에만 정지하도록 정하고 있어 법원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같이 공소시효 정지조항을 정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청구인은 대금을 제대로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들을 기망해 지난 2000년 3월과 4월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는 공소사실로 그해 10월 기소됐다. 하지만 그해 4월 미국으로 출국해 2014년 5월 귀국한 청구인은 1심에서 범행일시로부터 7년이 지나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2015년 6월 청구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미국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에 따라 미국에 있었던 기간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됐다고 보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청구인이 항소와 상고했으나 1심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청구인은 제253조 제3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대법원이 기각하자 지난해 4월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