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제보/(김순진씨·LA거주)

지난 주말 토요일(9일)이었습니다. 저는 체킹어카운트에 디파짓을 하기위해 동네에 있는 A은행을 찾았습니다. 토요일은 은행 문을 일찍 닫는다는 사실을 깜빡한채 집안 일을 하다가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못한채 부랴부랴 차를 몰았습니다.

문 닫을 시간이 다돼서 그런지 은행엔 손님이 저 말고는 다른 한사람 뿐이었습니다.

텔러 앞에 서서 디파짓을 하고 있는데, 옆에 다른 창구에선 여자 손님이 일을 보고 있었습니다. 서류가 왔다갔다하고 텔러와 주고받는 말을 들어보니 아마 어카운트를 새로 오픈하거나, 정기 예금을 하는 신규 고객이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저보다 일찍 일을 끝낸 그 여자 손님이 텔러에게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가려는데 텔러가 그녀를 불러세우더니 은행 달력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벽에 다는 큰 달력 2개와 탁상용 작은 것 2개였습니다.

저는 이미 회사에서 달력을 몇개 받았기에 사실 달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앞에 손님이받아가는 것을보고 마침 은행 달력이 없었던 터라 하나쯤 받고 싶었습니다.

디파짓 과정을 모두 끝내고 저는 텔러에게 "달력 좀 주실 수 있으신가요"라고 물었습니다. 당연히 어떤 달력이 필요하냐고 물어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텔러는 탁상용 달력 한 개를 주더니 "큰 달력은 다 떨어져서요…"라고 하더군요. 바로 전에 다른 손님이 두개나 받아간 큰 달력이 마침 다 동이 났다는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번쯤 항의할 수도 있었을테지만 꾹 참고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은행 문 닫을 시간이 다 됐고, 또 달력 문제로 텔러와 얼굴을 마주보며 언성을 높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대로 아무말 안하고 넘기기엔 분이 사그러들지않아 집에 와서 은행에 전화를 걸어 일단 항의한 뒤, 신문사에 연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은행이 많은 돈을 들여 제작한 달력이고, 손님들에게 마구 배부하기엔 분량이 한정돼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바 아닙니다. 또 은행에 와서 마구잡이로 달력을 몇개씩 달라고 졸라서 받아가는 일부 고객도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행장님에게 여쭙고 싶습니다. 은행 달력은 왜 만드셨나요? 은행 직원들이 나눠 가질 것도 아니고 오로지 고객용으로 만든 달력 아닌지요.

그까짓 달력 하나 못받았다고 항의하는 제가 쩨쩨한가요, 아니면 그까짓 달력 하나 아끼려고 마음대로 주지 못하는 은행이 쩨쩨한 것인가요. 저도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겠습니다.

(P.S. 참고로 저는 주거래 은행이 따로 있지만 그 은행에 체킹 어카운트와 1만5천달러짜리 머니마켓 어카운트를 갖고 있습니다.)

*이 글은 독자가 전화로 제보한 내용을 기자가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