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진단]

앨라배마 상원의원 보궐선거민주당에 패배, 정치적 큰 충격
무어 후보, 트럼프 지원에도 성추행 의혹'미투'휘말려 낙선
美상원 공화 51:민주 49… 공화서 1명만 이탈하면 정책 제동

12일 실시된 앨라배마주(州) 상원 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더그 존스(63) 후보가 성추문 논란에 휩싸인 공화당의 로이 무어(70)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개표 결과 존스 후보는 49.9%를 득표해 48.4%를 얻은 무어 후보를 1.5%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앨라배마주는 대표적인 공화당 텃밭인 '레드 스테이트(red state)'로 민주당이 이곳 상원 선거에서 이긴 건 25년 만에 처음이다. 작년 11월 대선 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무려 28%포인트 차로 압도한 지역이다. 이에 따라 미 상원(총 100석)에서 지금까지 52석이었던 공화당 의석수는 51석으로 줄어들고 민주당은 49석으로 늘게 됐다.

공화당 의원 중 한 명만 이탈하면 감세안, 반(反)이민 정책, 멕시코 장벽 건설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주요 국정 과제가 곧바로 제동 걸릴 상황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은 '51대49'라는 위태로운 다수당이 되었고, 이마저도 내년 중간선거에서 역전될 위험에 처했다"고 했다.

특히 마지막 순간까지 무어 후보를 지원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후폭풍에 휘말리게 됐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는 무어 후보에 대해 10대 소녀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후보 교체를 주장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후보 교체를 요구하는 공화당원들에 맞서 무어를 지지한 트럼프 대통령은 바늘로 찔리는 듯한 고통을 겪게 됐다"고 했다.

앨라배마주 상원 의원이었던 제프 세션스가 지난 2월 법무장관에 임명되면서 치르게 된 이번 보궐선거는 공화당의 싱거운 승리로 끝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선거 초반 무어 후보의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후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캠페인과 맞물려 선거는 혼전 양상으로 변했고,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 계속됐다.

그러나 결국 무어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지난달 '미니 지방선거'로 불린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와 뉴욕시장 선거에서 공화당이 완패한 데 이어 '텃밭'인 앨라배마에서마저 무너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내년 11월 6일 치러지는 중간선거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NYT는 "민주당은 내년 중간선거 때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긴 주(州) 10곳 등에서 어려운 싸움을 해야 했는데 이번 보궐선거로 민주당이 역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