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큰 폭 하락, 유학생들 "요즘만 같아라"

[경제진단]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 한달새 71억 달러 증가
"美 금리인상 기대감에 환차익 실현 노린 투자"


# 보스톤에 유학 중인 아들을 둔 김용태(가명·59세)씨는 지난달 11월 1080원 후반대에 3000만원 어치 달러를 매입했다. 학비 송금을 위해 환전을 해야 하는 김씨는 "요즘만 같다면 살맛난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최근 환율이 또 떨어지자 추가로 달러 환전을 고려 중이다. 그는 "환차익으로 돈을 벌자는 목적보다는 달러가 쌀 때 일단 사두면 여러모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자 유학생 자녀를 둔 개인은 물론 기업들도 미국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으로 11월 한국 내 외화예금 규모가 두달째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은행에 쌓인 미국 달러화 예금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을 할 경우 달러화 가치가 오를 것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노리고 미리 달러화를 사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1월말 기준 거주자(내국인과 6개월 이상 국내에 거주한 외국인 및 외국기업) 외화예금 잔액은 804억1000만달러로 10월말에 비해 71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통화별 예금잔액은 △달러화 681억4000만달러 △엔화 55억7000만달러 △유로화 37억8000만달러 △위안화 11억2000만달러 △파운드화 등 기타통화 18억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전월말 대비 달러화 예금이 56억7000만달러 더 늘어나 달러화 예금 증가세가 가장 컸다. 이는 11월 중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업이나 개인들은 달러화 약세(원/달러 환율 하락)일 때 달러화를 매입해서 비축했다가 달러화가 강세가 되면 원화로 바꾸는 수요를 늘린다. 즉 달러가 쌀 때 사고, 비쌀 때 파는 것이다.

11월 중 달러화는 원화 대비 약세를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은 10월말 1120.4원에서 11월말 1088.2원으로 30원 넘게 하락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달러화를 중심으로 투자성 예금을 늘린 영향이 크다"며 "연내 미국 금리인상 기대감이 커지면서 연말 환차익 실현을 바라보고 투자 예금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