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미 정부, 北핵무기 확보 위해 中포함 '3자노력' 가정"
미·중 '비상계획' 논의 이례적 언급은 "실수 아니라 다분히 고의적"
중국 학자들도 공개 논의…볼턴 "대북 군사공격 결정할 때 올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주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의 핵무기 확보 방안 등에 대해 미국과 중국 고위 관계자들이 논의했다고 공개했다. 북한 정권 붕괴 후 상황을 놓고 미·중간 논의가 오갔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17일(현지시간)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백악관과 국방부 관계자들도 틸러슨의 발언에 매우 놀랐다고 전해진다.

상대국 중국으로서도 마치 미국과 북한 정권 붕괴를 공모하는 듯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대목이었다.

북한 급변사태 계획에 깊이 관여해온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 내용을 포함해 이 주제에 관해서는 일체 언급하길 거부할 정도다.

일각에서는 틸러슨 장관의 실언이 아녔느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스티븐 골드스타인 국무부 공공외교·공보담당 차관은 이번 발언이 "다분히 고의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틸러슨 장관은 미국과 중국 군 지휘부가 북한 핵무기를 안전하게 폐기하는 계획을 마련하길 바란다"며 "북한 정권교체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일단 북한 붕괴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정은 정권 몰락을 우려한 북한 관리들이 한국이나 일본에 핵을 투하한다든지, 자체 폭발시키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본다.

군 고위 관계자들은 북한 핵무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관한 연습이 내년 상반기에 계획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 핵무기 확보에서는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핵무기를 찾아서 해체한 다음 항공기로 북한 밖으로 옮길 수도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미 정부 계획은 북한의 무기와 영토를 점령하기 위해 중국 군대도 포함하는 '3자 노력'을 가정하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와 관련, 오리아나 스카일라 마스트로 조지타운대 안보학 교수는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미국은 대규모 군사 작전을 수반하는 한반도에서의 어떠한 갈등이라도 중국의 중대한 개입을 유발할 것으로 봐야 한다"며 지리적인 이점으로 미국보다는 중국이 일찍 도착해 핵시설 등 북한을 통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미국의 계획은 한국전쟁 때처럼 중국이 북한을 도우려 참전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만들어졌지만, 오늘날 중국군은 북한을 돕는 게 아니라 반대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NYT는 이러한 '도발적'인 글이 실제 군 관계자들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으며, 틸러슨 장관의 언급한 미·중간 논의에 숨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미·중간 공동전략 필요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전에는 중국에서 공개표명조차 금지됐던 이런 생각을 학자들이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강성 매파들은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을 포함한 무력 옵션을 입에 올리며 군불 떼기를 계속하고 있다.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찰스 테일러 전 공화당 의원이 개최한 공화당 행사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때가 곧 닥칠 수 있다"고 했다고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보수 성향의 볼턴 전 대사는 "누구도 미국이 북한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길 원하지 않지만,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걱정이 대북 공격에 대한 우려보다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느 시점엔 선제타격으로 인한 위험보다 북한이 미국을 핵으로 협박하거나 실제 공격하는 걸 막아야 하는 위험 중 어느 쪽이 큰지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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