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국제시장'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시나리오 작가 김 씨는 영화 '국제시장' 투자·배급사인 CJ E&M과 제작사 JK필름을 상대로 "7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영화 관계자는 다수의 언론을 통해 "정식으로 소장이 왔으니 대응을 할 계획이다"라며 "조만간 답변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0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차세대 영화 기획 인재 등을 양성하기 위해 '기획창작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이곳 수강생들은 약 9개월간 각 부문 전문가들로부터 수업을 듣고 그해 12월 졸업작품을 제출했다.

수강생 중 한 명인 김 씨는 영화 기획서 '차붐-차범근과 파독 광부 이야기'을 졸업 작품으로 발표, 이를 제출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2015년, 김 씨는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자신의 졸업 작품과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 영화 투자·배급사인 CJ E&M과 제작사인 JK필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는 이미 지난 2009년 5월과 9월 각각 '차붐' 기획서와 시나리오를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등록을 해 놓은 상태였다. 당시 아카데미 졸업 작품집에 실린 김 씨의 기획서를 살펴보면 비단 '파독 광부'라는 주요 소재 이외에도 실제 '국제시장'과 유사한 부분이 상당수 있다.

자신의 저작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한 김 씨는 콘텐츠 거래 또는 이용에 관한 분쟁을 조정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콘텐츠분쟁 조정위원회에 CJ E&M과 '국제시장' 제작사인 JK필름을 피신청인으로 하는 조정 신청을 냈다.

위원회는 그해 4월 24일 이 사건에 대해 2명의 변호사로 조정 위원을 구성하고 조정 회의를 개최했다. 김 씨는 조정 회의에서 위에 언급된 내용 등을 중심으로 자신의 기획서와 '국제시장'의 유사성을 피력했다.

자신의 기획서가 유출된 배경에 대해서 김 씨는 "2009년 기획창작 아카데미 강사 중 3명의 CJ E&M 경영진이 있었다"는 점과 "2009년 CJ 홈페이지의 '영화 제안 접수' 이메일로 기획서 '차붐'을 제안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김 씨의 지적대로 현재 CJ E&M에서 각각 공연사업 부문 대표와 음악사업 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김 씨와 안 씨는 당시 아카데미 강사로 참여한 바 있다.

이후 열린 조정회의는 CJ E&M과 JK필름 측에 신청인에 대한 보상안을 검토해 통보해 달라고 권고했다. 보상안으로 조정회의는 장학금 명목으로 김 씨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것과 신청인인 김 씨가 보유한 다른 영화 기획안의 판권을 구매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하지만 CJ E&M 등은 당시 조정 회의의 조정안을 거부해 '조정 불성립'으로 최종 종결됐다.

당시 콘텐츠 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는 저작권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이 아니다. 피신청인들이 신청인의 저작권을 위반했다고 인정한 것도 아니다"라며 "다만 신청인과 피신청인 간 저작권 다툼이 있고 신청인이 자신의 피해에 대해 막연하게 금전적 보상을 원하니 그것들을 구체화해 피신청인들에게 전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CJ E&M과 JK필름 측은 김 씨의 일방적 주장일 뿐 저작권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CJ E&M 관계자는 "우리는 영화 투자사이자 유통사로 '표절이다, 아니다'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놓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면서도 "영화가 성공할 경우 김 씨 같은 사례가 종종 있어 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 씨는 지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콘텐츠분쟁 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다. 위원회에서는 CJ E&M과JK필름에 "김 씨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그의 다른 시나리오에 투자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CJ등이 이에 응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반면, 해당 영화 제작사인 CJ 측은 김 씨의 저작권을 침해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화가 흥행하자 김 씨가 시나리오와 일부 유사성을 들며 보상을 주장한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달 17일 접수된 해당 소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 208단독 유영일 판사에게 배당됐다. 첫 변론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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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박진업기자upandup@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