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가 원전 항의 방한 추진하자…한국, 임종석 급파"
UAE측 "탈원전 한국, 원전건설·운영 제대로 할수 있나"
왕세제 만날때 원전사업 책임자 참석…입수사진서 확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를 면담하는 자리에 우리나라가 수주한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의 총책임자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42) UAE 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이 참석한 사실이 17일 조선일보가 단독 입수한 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바라카 원전 건설과 관련해 UAE와 외교적 문제가 생기자 임 실장이 이를 수습하기 위해 '파병 부대 격려' 명목으로 UAE를 방문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사진이다. 청와대는 임 실장의 UAE 방문과 관련해 무함마드 왕세제와 단 둘이서 악수하는 장면의 사진만 공개하고 이날 접촉한 다른 UAE 인사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임 실장은 지난 10일 UAE 수도 아부다비의 대통령 집무실 '카스르 알 바흐르'에서 무함마드 왕세제와 면담했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중병을 앓고 있는 칼리파 국왕을 대신해 UAE 국정을 총괄하고 있다. 임 실장은 이날 면담에 배석한 칼둔 의장 등과 바라카 원전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칼둔 의장은 임 실장에게 "거액을 주고 바라카 원전 건설과 함께 완공 후 관리·운영권도 한국에 맡겼는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건설과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임 실장은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2월 186억달러(약 20조원) 규모 바라카 원전을 수주했고, 박근혜 정부 때인 작년 10월에는 이와 별도로 총 54조원 규모인 이 원전 운영권도 따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탈원전을 선언하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들어가자 UAE는 외교 루트를 통해 항의의 뜻을 표명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혹스럽다" "어떻게 된 거냐"며 항의성 메시지를 아부다비 주재 한국 대사관 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칼둔 의장은 UAE의 실세인 무함마드 왕세제의 최측근으로 바라카 원전의 발주 단계부터 원전 건설 수주, 원전 운영권 계약 체결 등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한 '핵심 인물'이다. 그는 바라카 원전 문제와 관련해 지난달 직접 한국을 방문해 항의하려고 일정을 잡았으나 우리 정부가 "우리가 UAE로 가겠다"며 사실상 방한(訪韓)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UAE 정부를 달래기 위한 목적으로 임 실장을 UAE에 '급파'했다고 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칼둔 의장은 바라카 원전 사업에 처음부터 관여했던 총책임자로, 한국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하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들어갔을 때 강한 어조로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며 "UAE는 한국이 탈원전을 추진할 경우 원전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겨 원전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임 실장이 아부다비에 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17일 이런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면서도 임 실장의 구체적인 방문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오는 19일 청와대 소관 국회 상임위인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진상 파악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공세일 뿐"이라며 거부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