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남상욱 기자/취재부

올해 미국으로 수입된 한국 농수산식품 총액이 사상 처음 1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이다.

지난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LA지사(지사장 이주표)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한국 농수산식품의 미국시장 수출 실적은 9억3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6% 증가했다. 12월 수출액을 더하면 연간 10억 달러 돌파가 확실시된다는 것이 aT LA지사의 전망이다.

기쁜 소식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지난해 한국 농수산식품의 대미 수출 총액은 9억6000만 달러에 그쳐 당초 10억 달러 돌파를 달성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던 터라 반가운 소식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 같은 한국 농수산식품의 대미 수출 실적 호조에 대한 원인으로 aT LA지사가 내놓은 설명은 그저 넘겨 버리기엔 웬지 걸리는 부분이 있다.

aT LA지사는 한국 농수산식품의 미국 시장 수출길을 넓힌 것은 기존의 한인 교민 시장 중심의 유통망에서 벗어나 판로를 다민족(에스닉) 유통 매장과 온라인 시장까지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을 실적과 함께 내놨다.

한마디로 다민족 마켓팅 공략이 주효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실 aT LA지사가 다민족 시장을 위해 각종 판촉 행사를 열고 애를 쓴 것도 분명 있다. 온라인 판매망을 소유한 기업과도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도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 한국 농수산식품의 대미 수출을 확대한 것이 다민족 마케팅에 있다고 말하기에는 근거가 너무 부족해 보인다. 타인종 마켓 등 유통에 수출된 물량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aT LA지사 측도 한국 농수산식품이 입점한 타인종 매장 수와 같은 명확한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은 인정했다. 중화권을 비롯한 타인종 시장에 판촉 활동과 온라인 업체와 MOU 체결 등 수출 제품의 확대 활동이 수출 증대의 요인들로 작용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다민족 마케팅 공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은 어떤 명확한 수치를 근거로 했다기 보다는 홍보 활동을 통한 추정치인 셈이다.

일예로 배를 한번 보자. 배의 11월까지 수출 실적은 263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 성장에 그쳤다. 이는 2016년 연누계 3055만 달러(15.2%) 실적과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중국계 대형 마켓인 99랜치마켓을 비롯한 다민족 대상 판촉 활동을 했다는 aT LA지사 측 주장에 비하면 올해 배 수출 성적은 너무 초라하다.

홍보 활동과 MOU 체결이 마치 수출 증대의 주 요인으로 말하는 것은 aT 자신들의 '자화자찬'이라는 비판과 함께 보여주기식 전시 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인 마켓 업계 사이에선 한국배 판촉이 예년만 못하다며 한인들을 홀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항변도 있다.

한국 식품을 소비하는 근본 주체는 한인과 한인 유통이다. "대충해도 먹고 들어간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주류 사회를 공략하다 실패의 쓴 맛을 본 한국 프랜차이즈들의 전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먹거리는 단순히 상품으로만 볼 수 없다. 먹거리는 동시에 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한국 농수산식품도 한국인의 생활과 습관이 담긴 문화 상품이다. 그래서 한인과 한인사회가 중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