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께부터 이상증세 보이다 밤 9시32분부터 81분새 모두 사망
사인 3일째 미궁…19일 유족 눈물 속 장례 진행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지난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미숙아 4명이 한꺼번에 숨을 거둔지 사흘이 지났다.

그러나 이들 어린 생명의 사망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사건당일 양천구 목동 이대목동병원 본관 11층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유족과 병원 관계자의 입을 통해 이날 10시간의 신생아중환자실의 모습을 재구성했다.

16일 오전 11시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주치의가 회진을 돌았다. 이때 당시 별다른 이상 증후를 발견하지 못한 병원 측은 오후 12시 40분께 보호자 면회를 허용했다. 통상의 면회였다.

부모들은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아이가 어서 빨리 정상 상태를 회복하길 바라며 보호자 면회 시간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게 일상이었다. 임신 기간 37주 미만에 태어난 신생아(미숙아)들이 태어나자마자 주로 머무르는 공간은 따뜻한 엄마 품이 아닌 인큐베이터였다.

신생아중환자실은 좌우로 나뉘어 양쪽에 간호사 데스크가 설치돼 있었다. 좌측방에는 7명의 신생아가, 우측에는 9명의 신생아가 치료중이었다.

우측방은 맨 왼쪽에 3개, 가운데 6개, 우측에 3개의 병상이 놓여있었고 어른 키높이의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그런데 이날 우층방 보호자 면회에서 일부 부모들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다.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오거나, 심박수가 분당 200회가 넘는 등 몇몇 미숙아의 몸 상태가 이상했다.

모두 간호사 데스크 정면, 가운데 병상에 있던 4명의 아기였다.

부모들은 의료진에게 아이들의 상태를 문의했지만, "이상이 없다"는 답변만 들은 채 찝찝한 마음으로 오후 1시께 20분간의 짧은 면회를 마쳤다.

부모들이 신생아중환자실을 떠난 후부터 이들 미숙아 4명이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심박수가 증가하는 등 상태가 더 나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옆 병상에 있던 두 명의 미숙아는 문제가 없었다.

신생아중환자실 근무를 서던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은 사태 심각성을 인지하고, 오후 3시께 이상 징후를 보이는 미숙아들을 대상으로 세균 감염 등 원인 분석을 위한 혈액배양검사를 시행했다.

또 병원 측은 소아청소년과·소아외과·영상의학과 교수를 소집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당직 근무가 아닌 관계로 병원 밖에 있던 이들 교수진은 연락을 받은 후 황급히 신생아중환자실을 찾았다.

그러는 와중에 오후 5시 44분께 A 환아(생후 1개월 2주)의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1차 심폐소생술이 시행됐다. 약 20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진행한 결과, A 환아의 심박수는 점차 안정됐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었다.

오후 7시 23분께. 의료진은 또다시 심폐소생술을 하게 됐다. 이번엔 A 환아가 아닌 B 환아(생후 24일)가 혈압 및 심박수에서 이상 징후를 보였다. B 환아에게는 약 2시간이 넘도록 심폐소생술이 시행됐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신생아중환자실에는 당직 근무자를 포함해 교수 5명·레지던트 2명·간호사 5~6명·간호조무사 1명 등 약 15명이 소집된 가운데 오후 8시 12분부터는 A 환아에게 2차 심폐소생술이 시행됐다.

연이어 오후 9시께부터는 C 환아(생후 1개월 1주)에게, 오후 9시 8분께부터는 D 환아(생후 9일)에게도 심폐소생술이 시행됐다. 의료진 15명만으로는 환아 4명을 제대로 돌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9시 32분께 B 환아가 사망했다. 곧 A 환아(오후 10시 10분께), C 환아(오후 10시 31분께), D 환아(오후 10시 53분께)도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불과 82분 새 미숙아 4명이 동시 다발적으로 사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첫 심폐소생술이 시행된 지 5시간 9분 만이었다.

그리고 사흘 뒤인 19일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시 20분까지 소중한 생명을 잃은 유족들의 오열 속에 미숙아 4명의 발인이 이뤄졌다.

삭풍이 가슴을 후벼 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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