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그 속엔 깊은 절망과 고독이 있다. 19일 공개된 유서에 따르면 샤이니의 종현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그를 갉아먹던 ‘우울’이었다. 그는 유서에서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일부 팬들은 SNS 등을 통해 누구보다 유명하고, 물질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없고, 더 없이 행복해야 할 ‘스타’인 종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스타들 중에 종현 처럼 스스로와 힘든 싸움을 벌이는 이들이 많다는 게 연예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연예 기획사, 아티스트 돌발 상황 대처 잘 이뤄져

샤이니 종현의 한 측근은 19일 “종현은 우울증이 있었다. 그래도 가족 때문에 늘 꿋꿋하게 버텼던 친구”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종현의 유서를 대신 SNS에 공개한 디어클라우드 나인 측 관계자는 “이 글을 받은 시기는 확실치 않지만, 종현 씨가 글을 보냈을 때 바로 그의 가족에게 전달한 바 있다. 실제로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뒤 유족과 유언을 공개할지를 논의했고, 글을 올리자고 하셔서 올리게 됐다”며 종현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기 위한 주변인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내비쳤다.

실제로 종현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의 우울증 및 여러 상황에 대처하고 상담하는 전담 직원 혹은 임원이 배치 되는 등 시스템이 잘 갖춰진 편이다. 선후배간 멘토링도 잘 이뤄져 후배가 힘들 때 선배가 나서서 돕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 가요 기획사들 역시 SM처럼 이상 징후가 보이는 아티스트에 대한 전담 인원 배치, 병원 상담 안내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편이다.

◇중압감과 우울증은 연예인의 숙명?

한 연예 관계자는 “연예인은 늘 누군가와 비교당하는 숙명을 지녔다. 유명해도 언제까지 인기가 유지될지에 대해 스트레스를 느끼고, 사생활이 없어지는 댓가를 치러야 한다. 인기가 떨어져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인기가 아예 없으면 없는대로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절망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종현은 유서에서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 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 게 용하지”라며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에 알려지던 유명인의 삶이 괴로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국내 연예인이 느끼는 중압감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한국 유명인들이 악명 높은 중압감에 시달린다고 비판했다. 매체는 “한국에서 가수들은 소속사의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종종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의 행동 규범을 요구받으며 신랄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유명 아이돌의 경우 움직이는 동선마다 큰 카메라 부대, 사생팬이 따라다닌다. SNS나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에 대한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우리나라는 특히 연예인에 대한 도덕적 잣대도 엄격한데 정치인을 넘어 거의 종교인 수준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해외 팝스타 ‘27세 클럽’과 연관성은?

故 종현은 향년 27세에 세상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외국에서 27세에 사망한 유명 팝스타들이 많아 ‘27세 클럽(27클럽)’이란 표현이 있을 정도다. 27세에 많은 뮤지션이 세상을 떠났다는 건 우연의 일치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20대 중후반에 정신적 괴로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종현과 ‘27세 클럽’ 사이에 희미한 연관성은 있다.
롤링 스톤스의 리더 브라이언 존스,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 도어스의 리드 싱어 짐 모리슨,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 천재 뮤지션이라 불리던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27세에 사망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호주 퀸즐랜드 공과대학교는 ‘27세 클럽’이 우연의 일치인지,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에 대한 실제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영국 음악 차트에서 1956~2007년 장르를 떠나 한번이라도 앨범 판매 1위를 기록한 솔로 혹은 밴드 멤버 104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총 71명(전체의 7%)이 사망했는데 사망 나이를 분석해보니 27세가 사망 시기의 정점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는 ‘27세 클럽은 실제 현상이 아니지만 명성은 뮤지션의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가능성을 도출해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러 다양한 이유로 뮤지션들이 20~30대에 사망할 확률은 일반적인 영국 국민에 비해 2~3배 높았다. 그 이유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일각에서는 27세에 유명인의 죽음이 눈에 띄는데 대해 20대 초반 유명해진 이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5년후 시점이 27세 무렵이기 때문이라는 설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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