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호남중진 이탈 범위 관건…옥새다툼 포함 진흙탕 싸움 불가피
바른정당 합류규모 놓고 전망 엇갈려…지방선거 '유의미 득표' 첫 시험대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전(全)당원 투표 카드를 꺼내 들고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을 사실상 공식화함에 따라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의도 정치권이 정계개편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 조짐을 보인다.

안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으로 몇 달째 공공연히 거론된 중도통합 움직임은 기정사실로 굳어졌고, 바른정당 집단 탈당 사태 이후 불안정하게 유지돼 온 4당 체제가 3당 체제로 다시 헤쳐 모이는 새판짜기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졌다.

앞으로 야권이 어떻게 재편되느냐에 따라, 또 그 파괴력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지방선거 판도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국민의당 내부에서 벌써 전당원 투표에 대한 격렬한 저항이 터져 나오는 데다, 범보수로 분류되는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도 막판 '인력'(引力)이 작용할 수 있어 실제 통합까지는 여전히 많은 변수가 산적한 상황이다.

극심한 진통을 수반한 이 과정이 '상처뿐인 통합'으로 이어질 경우 설령 통합이 되더라도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를 두고 관측이 엇갈린다.

결국, 내년 지방선거가 통합 실험의 첫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안 대표는 이날 통합 반대파가 요구한 의원총회를 채 3시간도 남겨놓지 않은 채 갑작스레 기자회견을 자청, 대표직을 걸고 통합 여부에 대한 전당원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호남 중진 중심의 비통합파는 의총에서 아예 불신임까지 거론하며 당원투표에 대한 원천 무효 목소리를 높였지만, 안 대표는 의총 자체에 불참하며 전당원 투표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한층 분명히 했다.

국민의당은 21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전당원투표 안건을 처리한 뒤 27일부터 나흘간 투표를 실시, 올해의 마지막 날인 31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안 대표의 시간표대로라면 내년 초부터는 곧바로 바른정당과 본격적인 통합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안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이미 지난주 별도 회동을 하고 통합 로드맵에 대한 물밑 교감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한 관계자는 "국민의당이 통합으로 방향을 잡으면 당대당 통합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며 "양쪽 모두 이미 물러서기는 힘든 지점까지 스스로를 밀어붙였기 때문에 내년 초에는 통합 절차가 완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에 속도를 높이는 것은 답보상태인 지금의 한 자릿수 지지율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당 구도로의 급속한 구도 재편을 막아내는 것이 역부족이라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의 경우 안 대표가 구원투수로 조기 등판했지만, 텃밭인 호남을 포함해 전국 단위에서 최하위권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바른정당 역시 소속 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한국당으로 집단 복당하면서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뒤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양측 모두 기존 구도 자체를 완전히 전복하는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고, 이를 위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이 중도로 수렴하는 양당 간 통합인 셈이다.

통합이 성사될 경우 통합정당은 일단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지지율 측면에서 한국당을 제치고 2등 정당으로 부상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초기자본 삼아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 외연을 확장해 한국당까지 압도하는 중도개혁, 중도보수 진영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경우 당장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내부의 통합 반대 세력을 어떻게 끌어안고 정리해낼지가 안 대표의 숙제다.

특히 현재로서는 안 대표 측과 통합반대파 모두 서로 '당을 나가라'며 힘겨루기에 나서는 양상이어서, 양측 모두 버티기 과정에서 서로에게 치명상만 입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쪽 모두 버티고 있는 만큼 분당 과정에서 서로 나가라며 진흙탕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며 "가처분 소송을 비롯해 정통성 시비가 일어나고 결국 '옥새' 다툼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통합 과정에서 일부 호남 중진이 이탈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그 자체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집단 탈당이 현실화될 경우 민주당과 한국당, 통합정당에 이어 탈당파까지 4개 원내교섭단체 체제라는 새로운 정치 지형이 형성될 수도 있다.

당장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작긴 하지만 일부 호남 의원들이 민주당에 합류하는 시나리오도 예상해 볼 수 있다.

현재 원내 2당 지위에 머물고 있는 한국당이 이런 혼란기를 틈타 바른정당에서 의원들을 추가로 끌어들이며 몸집 불리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한국당에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뒷문은 열려있다"며 일부 의원의 개별 입당은 막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공연히 밝혀 왔다.

바른정당 측에서는 현재 추가 이탈자는 없다며 남아 있는 11명 의원 전원의 집단행동을 장담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벌써 4명 정도는 한국당행(行)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설까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양쪽 모두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통합은 어떤 형태로든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압도적 지지율이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도통합의 시너지가 어느 정도일지는 신중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