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트럼프, 과거엔 '해피 홀리데이' 사용"…과도한 정치논란화 지적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몇 년 전부터 성탄절 시즌을 맞는 미국 전역에서는 '메리 크리스마스'보다 '해피 홀리데이'(Happy Holidays)라는 문구가 더 보편적으로 쓰여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맞은 이번 성탄절에도 '메리 크리스마스'를 고수했다.

성탄절 용어를 둘러싼 이러한 흐름은 다문화·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이 기독교 편향적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메리 크리스마스'를 되찾아오겠다"며 '크리스마스 전쟁'을 선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성탄 축하 동영상을 띄우면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문구를 대문자로 잇따라 적었다. 전날 해외장병들에게 화상 대화를 통해 보낸 성탄 메시지에서도 "매우, 매우 즐거운(메리)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란다. 다시 한 번 매우, 매우, 자랑스럽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언급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심야에 올린 트위터 글에서 "사람들이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다시 부르게 된 것을 자랑스러워한다"며 "우리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 문구에 대한 공격에 맞선 싸움을 진두지휘해온 데 대해 자랑스럽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했다.

'해피 홀리데이'냐 '메리 크리스마스'냐를 둘러싼 논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후자를 주장해온 것은 복음주의자들과 기독교 보수주의자로 대변돼온 전통적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성탄절과 관련한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행적을 '추적'한 기사에서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해피 홀리데이'라는 용어를 많이 써왔다면서 그의 '전향'은 지지층을 노린 정치 셈법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쓴 것은 2011년이었고,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성탄절을 앞두고는 '해피 홀리데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사업가 시절엔 크리스마스 트리를 두고 세입자들과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1년 뉴욕 센트럴파크 건너편의 오래된 아파트를 재개발용으로 매입한 후 세입자들이 나가지 않자 2년간 크리스마스 트리도 세우지 못하게 했다고 WP는 전했다.

그러다 1999년엔 트럼프 타워에 태양광 조명을 이용한 대형 '밀레니엄 홀리데이 트리'를 설치하기도 하는 등 '크리스마스 전쟁'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종교에 상관없이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용어가 여전히 보편적이고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굳이 '메리 크리스마스를 되찾겠다'고 나서는 것은 특정 용어를 과도하게 정치 논란화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다양성 존중 정책의 대표격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트위터에 성탄 인사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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