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방패·소년병·자살폭탄테러 동원되고 노예로 팔리기도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올해도 세계 분쟁지역의 어린이들이 "충격적 규모"의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28일(현지시간) 유엔아동기금(UNICEF)은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세계 분쟁지역의 어린이들이 충격적인 수준의 공격에 목숨을 읽거나 다치는 등 고통받았다고 밝혔다.

마뉘엘 퐁텐 유니세프 비상계획국장은 "어린이들이 가정과 학교, 놀이터에서 표적이 되고 공격과 야만적인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며 "이런 공격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으며 우리는 무감각해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올해도 분쟁지역 어린이들은 최전방에서 인간방패로 동원돼 죽임을 당하거나 장애를 안았고 소년병으로 징집되기도 했다.

이라크나 시리아, 예멘, 나이지리아, 남수단, 미얀마 등의 분쟁지역에서 어린이를 겨냥한 성범죄와 강제결혼, 납치, 노예제도 등은 보편적인 전술이 됐다.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어린이들조차 다시 정부군에 의해 구금돼 학대당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극심한 영양실조, 질병, 트라우마도 어린이들을 괴롭혔다.

올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9월까지 어린이 7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내전이 인종청소 양상으로 번지면서 어린이 85만명이 고향에서 밀려났고 35만명이 극심한 영양실조로 고통받았다.

나이지리아 북동부와 카메룬에서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최소 135명의 어린이를 자살폭탄테러에 동원했다. 이는 지난해 자살폭탄테러에 동원돼 희생된 어린이 수의 5배에 이른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는 봉쇄지역 어린이들이 인간방패로 전락해 저격수들의 표적이 됐고 무차별적 공습과 폭력을 견뎌내야 했다.

미얀마에서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겨냥한 대규모 학살이 자행돼 어린이들이 자신의 집에서 공격받고 살아남은 아이들은 쫓겨나면서 다시 충격적인 폭력을 목격해야 했다.

5년째 내전 중인 남수단의 어린이들은 계속된 분쟁과 극심한 경기침체로 일부 지역에서 기근이 선포되면서 분쟁이 시작된 2013년 12월 이래 굶주린 어린이 1만9천명 이상이 소년병으로 징집됐고 어린이 2천300여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올해 소말리아에서는 지난 10월까지 어린이 1천740여명이 무장단체 등에 의해 소년병으로 징집됐다.

3년째 내전이 이어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동맹군의 봉쇄로 인도적 위기에 처한 예멘에서는 지난 3년간 어린이 최소 5천명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집계됐으나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이라고 유니세프는 전망했다.

예멘 어린이 1천100만명 이상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하며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180만명 가운데 38만5천여명은 빠른 시일 내 치료를 받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전쟁 당시 매설된 지뢰와 폭발물의 위험에 어린이 22만여명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