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요청 폐쇄시점 9일 앞두고 선양·상하이 등서도 폐업 잇따라
베이징선 북한색깔 빼고 중국식당으로 변신한 北 식당들도 포착
유엔 결의 따라 中, 식당 영업정지 외에 北노동자 비자연장금지

(선양·상하이·베이징=연합뉴스) 정주호 홍창진 심재훈 김진방 특파원 = 중국 당국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 이행계획에 따라 중국 내 북한식당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중국 당국이 자국 내 북한기업들에 대해 이달 9일까지 모두 폐쇄를 명령한 가운데 북중 접경을 비롯해 베이징(北京), 선양(瀋陽), 단둥(丹東), 상하이(上海) 등지의 북한식당들이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북한기업 폐쇄시한 하루 전인 8일 오전 동북3성 중심도시인 랴오닝(遼寧)성 선양의 '코리안타운'으로 통하는 시타(西塔)지역에 위치한 북한식당 '모란관'이 돌연 출입구에 휴업을 공고하고 영업을 중단했다.

이 북한식당은 평소 영업개시에 앞서 여종업원들을 식당 입구에 내보내 약 10분간 체조시간을 가지면서 지나는 행인과 관광객을 상대로 홍보를 해왔다. 그러나 이날 체조시간에 맞춰 식당을 방문하니 출입구에 '내부수리로 인해 영업을 중단한다'는 공고만 붙어 있었고 종업원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공고문에 나온 연락처로 전화를 하니 당직자를 자처한 남성이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면서도 "언제 다시 영업을 재개할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휴업결정이 북한 기업 폐쇄조치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과는 관련이 없다"며 부인했으나 "현재 조선(북한) 여종업원들이 선양에 있으며, 이 중 일부는 (비자만기에 따라) 수일 내 자기 나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식당 인근 한 가게 업주는 "이 식당이 지난주까지 정상적으로 영업했고 아침마다 종업원들이 변함없이 나타나 체조를 했다"며 "갑자기 휴업한다고 해서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시타지역에는 북한식당 10여 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날까지 휴업 공고가 확인된 곳은 하나 뿐이지만 다른 곳도 당국의 영업중지 압박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문을 연 선양 시타의 한 북한식당은 마침 이날이 "김정은 장군님 생신날"(여종업원의 설명)이라며, 접객용 홀이 있는 2층에서 북한 노동자들끼리 자축연을 열고 식당을 찾은 고객을 1층 커피숍으로 안내하는 등 축소 영업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북한 신의주와 압록강을 사이에 둔 랴오닝성 단둥에 있는 북한 직영 류경식당도 최근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인 업주가 운영하는 단둥 입록강변의 북한식당 송도원은 영업 중이었으나 이곳에 근무하는 북한 여종업원들의 비자가 조만간 만료돼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통과된 작년 9월 12일을 기점으로 120일 내에 자국 내 북한기업들을 모두 폐쇄하도록 했다. 이에 따른 폐쇄 조치 시한이 이달 9일이다.

중국 내 100여 곳 이상의 북한 식당은 수년간 북한의 외화벌이 대체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급증했다가 최근 북한의 잇단 핵실험 등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따라 또다른 제재 대상이 돼 왔다.

작년 10월 말 누계 식당을 포함해 수백개의 북한 업체가 중국에 진출해 1억 달러 정도를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식당들은 최근 중국측으로부터 여종업원들의 비자 연장 불허, 영업정지 통보, 합작영업 중단 등의 압력을 받으며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북한 식당들이 중국 측과 합자, 합작 형태로 운영방식을 바꾸고 중국인으로 명의를 변경하거나 업종을 맥주바 등 형태로 전환해 생존을 모색해왔으나 모두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하이(上海) 지역에서도 지난 한달 사이 청류관, 고려관 등 북한식당 브랜드들이 대거 문을 닫고 철수했다.

한 때 10여곳 가량 운영되던 상하이의 북한식당은 현재 구베이(古北) 지역에 북한이 직영하는 평양고려관 등 극히 일부만 제외하고 상당수가 철수한 상태다.

항저우(杭州)에서 운영되던 북한 식당 3곳과 쑤저우(蘇州)에 있던 북한식당 2곳도 현재 모두 폐쇄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중접경의 한 소식통은 "작년 말 선양시 공상국(工商局)이 시타의 주요 북한식당 5곳에 50일 이내로 영업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하달했다"며 "북한의 핵실험 등 군사도발 돈줄을 끊기 위한 중국 당국의 압박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대북제재에 동참한 중국이 자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비자 연장 금지, 영업정지 압박 등의 조치를 잇달아 내놓아 북한식당의 존속이 힘들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의 유명 북한식당인 은반관은 정상영업을 했지만 상당부분 중국식당으로 탈색이 이뤄진 것으로 보였다.

이날 은반관식당에선 실내분위기를 주도하던 모란봉악단 음악이 서양 클래식음악으로 바뀌었고 북한음식을 소개한 메뉴판을 내놓지 않았다.

식당 매니저는 업주 뿐 아니라 주방장도 최근 중국인으로 바뀌었다면서 중국음식 위주로 메뉴판을 새로 제작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종업원 중 중국인이 간혹 눈에 띄었으나 여전히 북한 여성이 다수를 차지했다. 중국어로 주문을 받은 북한 종업원들은 '중국인이냐'는 질문에 "평양에서 왔다"고 말했다.

북한대사관 부근 북한식당 해당화 관계자는 "식당 이용에 문제가 없다"면서 중국 정부의 폐쇄방침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왕징(望京) 부근 옥류관식당 종업원도 "현재 식당 이용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옥류관 업주가 이미 중국인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영업하는 북한식당 대부분이 지분이전 등의 방식으로 북한식당 색깔을 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 당국이 북한기업 폐쇄명령 기한이 지나면 조만간 위반 기업을 대상으로 단속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realism@yna.co.kr